■ 글로벌 OTT의 급부상
‘넷플릭스 당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전통 기업이 신생 스타트업에 의해 위협당하는 상황을 빗댄 말인데, 그만큼 미디어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부상이 매섭다는 뜻일 것입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플랫폼인 유튜브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1/3이 넘는 20억 명 이상을 시청자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 국민의 83%가 한 달에 평균 30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여기에 방대한 콘텐츠를 앞세워 OTT시장에 뛰어든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도 올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시청자는 안전한가?
물론 글로벌 OTT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에겐 콘텐츠를 선보이고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더 많아졌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공익적인 정보와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흥미와 자극을 앞세운 콘텐츠가 선택받는 소비행태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거짓뉴스와 정보가 넘쳐나고 이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더 늦기 전에 글로벌 OTT가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의 상업화에 맞서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 기에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상업화가 극단화된다면 이로 인한 폐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글로벌 OTT를 비롯한 상업미디어에게 국가적 위기·재난상황에서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보도, 약자를 배려하고 미래세대의 삶을 고민하는 사회적 의제 설정,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는 콘텐츠의 보급이 주된 목표나 책무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자본의 논리에도 시장의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왜 공영방송이어야 하는가?
2020년 KBS는 시청자, 학계,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공영방송이 맡아야 할 공적책무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디어의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익적 가치’에 대한 요구나 기대, 그리고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사결과, 공영방송은 상업화로 인한 무분별한 정보의 범람 속에서 정확하고 확인된 뉴스를 제공해야 하고,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균형 있게 전달하는 공론장이 되어야 하며, 창의적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또 지역문화와 균형발전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를 통한 사회적 기여, 다문화 시대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미디어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콘텐츠 소비가 개인화·파편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히 받아들여집니다.

■ 공익의 가치, KBS가 지키겠습니다
KBS는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가 담긴 여론조사의 결과를 현재 KBS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수신료조정안>에 반영하고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또 5월 중에는 국민들을 직접 초청하여 숙의 토론방식으로 보다 깊이 있게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방송법에서는 KBS가 수행해야 할 공적 책임을 명시하면서 그 재원을 수신료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KBS가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미디어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직시하면서 공영방송이 해야 하고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공익적 역할을 충실히 다할 것입니다. 방송의 공익적 가치가 상업화에 밀려나지 않고 확고히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수신료의 의미와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라는 점을 KBS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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