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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북중관계의 새로운 변화
이희옥(성균관대 정외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북한은 12월 12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다시 발사했다. 북한은 이러한 사태가 가져올 비용과 이익을 동시에 계산했을 것이다. 즉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에 대한 이행압력의 강화, 금융제재 등 추가제재 가능성, 김정은 체제의 국제이미지 악화, 남북관계 경색과 경제적 고립의 지속이 가져올 비용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계승, 김정은 리더쉽의 확보, 핵을 지닌 상태에서 강성대국으로 가는 과학기술능력의 과시, 체제결속도의 과시, 무엇보다 로켓 발사 이후 일시적으로 냉각기를 거친 후 협상국면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이익도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대외행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대응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해 “북한도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가 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제한(限制)을 받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다음 날에는 다시 “마땅히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후에는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더욱 신중하고 합당한 반응을 보여 정세를 더 격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것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냉정과 절제’를 요구한 기존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의 로켓발사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태도를 보인 이유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첫째, 새로운 국제질서의 영향이다. 미국은 2기 오바마 체제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를 구체화했고 한미동맹, 미일동맹 등을 지역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를 다시 주목했다. 다시 말해 미중관계의 성격이 무정형을 띠는 과도적 상태에서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딜레마(dilemma of influence)가 작용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사용할수록 영향력이 약화되고 막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고 유지하면 북한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국내적 요구와 자주성 원칙 속에서 움직이는 북한의 대외정책을 변경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중관계의 악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북한 지렛대를 잃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원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예견된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북한 제재가 가져올 추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지고 다자질서에 참여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대북정책의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6자회담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북중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은 ‘신형대국외교’를 선보였다. 이것은 미국 주도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중국 스스로 강대국외교의 전형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먼저 주변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지정학적 가치가 높은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중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EU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활로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출로의 하나는 동북지역에서의 초국가적 경제협력이다. 특히 중국이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出海權)을 확보하여 일본견제의 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북중관계의 공고화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지역에서의 북중 간 전략적 협력은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중국에 대한 의존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중국에 의존하여 경제적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북한이 이번 로켓발사를 통해 선군정치의 성과를 보여주었다면, 앞으로는 선군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도 집권 1년이 지난 상태에서 비록 북한식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업적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모멘텀을 찾기 전까지 중국과의 투자와 경협을 활성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중국의 일부 기업들은 북한의 투자에 대한 법적 제도화와 안정성이 미흡한 상태에서도 나진과 선봉지역에 정부의 보증 없이 진출하고 있다.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압록강대교 등의 규모를 비추어 볼 때, 중기적으로는 따렌-단동-신의주-평양-개성의 축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북중관계 발전의 분수령은 김정은체제가 김정일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넘어 동북지역에서 김정은식 특구개발의 모형을 찾을 것인가의 여부, 북한과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의 상호방문을 통한 양국관계의 방향성 모색,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