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북한 공연
2008년 2월 26일 미국의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북한을 방문하여 성공적인 연주회를 개최하여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적대국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인 만큼 공연 이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또 미국과 중국이 수교에 앞서 이른바 ‘탁구외교’를 펼친 것에 비유하여 ‘음악외교’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의 역사적인 공연으로 기대를 모으게 하였다.
이 공연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중계가 되었는데, 내용과 형식 모두 파격적이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우선 미국의 국기와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게양된 가운데 양국의 국가를 연주하였는데,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고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국가를 연주한 것도 처음이었으며 북한의 국가 연주가 우리나라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것도 처음이었다. 적성국의 국가가 연주되고 연주를 하였고 또 그것이 방송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서로가 서로에게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지고 성숙하게 발전하였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연주곡목 또한 파격적이었다. 미국의 작곡가 거쉬인이 재즈를 클래식화한 〈파리의 아메리카인〉과,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을 때 미국의 인디안음악과 흑인 음악의 요소를 사용한 〈신세계교향곡〉 등과 함께 앵콜곡으로 북한에서 만든 관현악곡 〈아리랑〉을 연주하였는데, 가장 미국적인 곡과 가장 북한적인 곡을 연주한 것이다. 그와 함께 연주곡목의 측면에서 그동안 북한에서 금지가 된 것을 깼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부르조아적이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재즈를 금지하고 있는데, 처음으로 재즈로 만든 음악의 연주를 허용한 것이다.
북한 청중이 보여 준 태도도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이었다. 연주가 끝난 다음 청중이 기립 박수로 화답을 하였는데, 이는 앞으로 미국을 대하는 태도나 미국음악을 접하는 태도의 변화를 시사해 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북한 공연은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하더라도 음악을 통하여 화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상징적인 공연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보다 진전이 있고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를 많은 사람은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