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전통주의 건축
북한에서 현대건축에 전통양식을 접목시키자는 말은 1950년대 말부터 나왔다. 이 당시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결국 현대건축에 전통적인 기와지붕을 올려놓는 것으로 그 해결방안을 찾았다.
현대건축에서 이러한 민족적 형식을 대입시키는 것은 최고 지도자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북한 사회주의에서 볼 수 있는 획일화의 특징이 건축에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민족적 형식은 건축가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당시 최고 지도자의 생각을 건축가들이 표현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건물로 평양대극장, 옥류관, 인민문화궁, 인민대학습당 등이다. 이 건물들은 도시의 중요한 위치에 세워져 도시의 상징적인 조형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민족적 형식을 공동주택과 소도시에 적용하여 만든 경우도 있다. 평안북도 구성시 성안동에 여러 동의 공동주택에 민족적 형식을 적용한 사례가 그것이다. 2~3가구를 하나의 건물로 묶어 길게 연결하여 2층 또는 3층으로 계획하였다. 각 동의 지붕은 기와지붕으로 처리하여 입면으로 보면 민족적 형식이 강하게 표현되었다.
평안북도 향산군 향산읍 시가지는 묘향산을 끼고 있는 산간도시로서 원래 있었던 작은 마을을 자립적 휴양도시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는 관청, 역, 학교 등 공공시설을 비롯하여 여관, 주택 등 시가지의 모든 건축물에 기와지붕을 올렸다. 단일 건축물에 적용했던 전통양식을 도시계획에 적용한 사례이다.
전통양식을 또 다른 방법으로 적용한 것으로 전쟁승리기념탑 정문과 평양 개선문이 있다. 이 두 건축에서는 전통적인 기와지붕을 사용하지 않고 지붕부분을 석탑의 지붕과 같이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모양으로 처리하였다.
도시계획에서도 민족적 형식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도시·건축 분야에서 민족적 특성을 구현하는 것과 관련하여 북한에서는 “첫째, 인민의 민족적 특성을 반영한 조선의 고유한 민족건축양식을 도시계획에 직접 받아들임으로서 건축예술의 문화교양자적 역할을 더욱 높이는 것이며, 둘째, 도시계획에서 독창적이며 사실주의적 모범을 훌륭히 보여준 가치 있는 고전건축수법을 현대도시구성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며, 셋째, 현대도시계획 및 현대건축물과 시설물들에 인민의 정신적 특성과 미에 대한 감각적 이상을 나타냄으로서 천리마시대, 노동당시대의 건축술을 한 계단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건축과 도시는 민족의 고유한 양식을 현대적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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