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용 <눈이 내린다>의 한 장면 |
북한의 공연 장르
북한에도 우리와 같이 연극, 음악, 무용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공연 장르 구분이 있고, 각각 전문적 영역으로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의 공연 장르에는 우리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소품’과 ‘대작’이 이원적으로 발달해 있다. 촌극이나 사이극, 무용소품과 같은 짧은 형식 공연 작품을 많이 창작하여 주로 일상의 생산현장에서 공연하고, 가극이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음악무용서사시와 같이 북한을 대표하는 대작을 창작하여 주로 중앙의 전문예술단에 의해 공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둘째, 가극이나 교예, 집단체조류의 공연이 많이 발달해 있다. 교예나 집단체조와 같이 체육적 기교가 바탕이 되거나 집단주의 체제에 부합하는 공연이 특별히 잘 발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혼합 장르, 총체공연물이 발달해 있다. 북한은 음악이나 무용, 체육 등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대규모의 새로운 공연 장르를 많이 개발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음악과 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음악무용극’, ‘음악무용서사시’, ‘음악무용종합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북한의 공연예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분야가 총집결한 양상을 보이는 가장 총체적인 장르라 할 수 있다.
북한식 가극이나 연극, 무용, 교예, 집단체조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으로 서술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음악과 무용을 결합한 혼합 장르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이도록 한다. 무용에 음악이 필수요소인 만큼 두 장르의 혼합은 자연스럽지만,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형상 요소를 배합하였고, 북한 스스로 별도의 장르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이해가 요구된다.
‘음악무용극’은 ‘독자적인 무용 장면을 가진 음악극’을 말한다. 음악무용서사시가 일관적 극적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에 비해, 음악무용극은 ‘극’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의 관통되는 극적 얽음새와 개별적 주인공의 성격 형상을 통하여 생활을 서사적 화폭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음악무용서사시’는 일관된 극적 구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음악과 무용을 기본형상수단으로 하여 거대한 역사적 사변들과 사실들을 서사시적 화폭으로 반영하는 대규모적인 종합예술형식”이다. 합창과 관현악, 무용, 시 낭송 등을 엮어서, 서사시적 스케일로 펼쳐놓는 예술인 셈이다. 이러한 음악무용서사시는 한 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의 작품으로 대개 전국 여러 단체들이 작품 공연에 참가한다.
‘음악무용서사시극’은 “음악, 무용과 함께 시를 기본 형상수단으로 하여 거대한 사회역사적 사실을 연대기적으로, 서사시적인 형식으로 구현하는 큰 규모의 종합적인 극예술형식”을 말한다. ‘음악무용서사시극’은 서사적 줄거리가 있는 시극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음악무용종합공연’은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음악과 무용 분야 소품들을 엮어서 펼치는 공연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