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보통강 뷰’의 ‘테라스 하우스’…김정은의 의도는? (2021.04.01)

여러 공사 현장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평양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에 조성되고 있는 ‘보통강변 고급 주택단지’입니다.
■ 김정은, 엿새 만에 또 평양 주택건설 현장 시찰
북한 매체들은 오늘(1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도심 보통문 주변에 조성 예정인 주택단지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에도 이곳을 시찰했는데(26일 노동신문 보도), 같은 공사 현장을 엿새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은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계단식) 주택구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당중앙위 비서들과 함께 또다시 공사장을 찾아 시공 분담구역을 요해(파악)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800세대 다락식 주택구 건설은 새로운 형식의 주택들로 도시의 면모를 일신하고 인민들에게 발전된 생활환경과 조건을 제공해 주려는 당 중앙의 구상과 의도가 비껴있는 대상 건설”이라며 자신이 늘 관심을 가지고 ‘직접’ 공사에 대한 조직지도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평양 가로지르는 보통강변에 ‘테라스하우스’를?
이날 북한 매체들에 공개된 조감도 등을 보면, 상당히 고급화된 주택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양 시내를 지나 대동강으로 흘러드는 보통강의 주변은 평양에서 가장 발달하고 주요 시설이 밀집된 곳 중 하나로, 이 강변을 끼고 조성되는 주택단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북한의 주택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조감도만으로 본다면, 전반적으로 세련된 색감에 다양한 층수와 형태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습니다. 특히 강 바로 앞에 있는 일부 주택들은 고급 타운하우스를 연상하게 하는 ‘테라스하우스’ 형태를 띄고 있는데, 북한이 말하는 ‘다락식(계단식)’이 이런 주택들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에 들어서던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단층·저층 살림집이나 투박한 외관의 아파트들과 대조를 이룹니다.

■ 고급 주택으로 ‘선물정치’… 평양 핵심 지지층 챙기기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부지는 고구려 시대의 성문인 보통문(普通門) 바로 옆으로,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얕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김일성 주석이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관저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곳은 원래 평양 최고급 주택지로, 서울로 치면 삼청동이나 평창동 일대 최고급 주택가에 강변까지 끼고 있다고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맞은 편에는 김 위원장 일가와 고위 간부들의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 고위간부 전용 아파트단지, 영재학교인 평양제1중학교 등도 들어서 있다고 하니 편의시설도 최고인 셈입니다.

그럼 이런 최고 입지에, 수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변 뷰’를 즐길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김 위원장은 그 대상을 이미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시찰 때 이곳 주택을 ‘각 부문의 노력헌신자·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선물하겠다고 한 건데요.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평양 1만 세대 건설과는 별개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급 주택을 지어 공로자와 측근들에게 나눠주는 ‘김정은식 선물정치’”라며 “고급화로 평양 핵심 지지층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또 그들을 직접 챙긴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평양은 지금 ‘공사 중’… 민생 해결·치적 쌓기 의도도
이곳 말고도 평양은 지금 여기저기 ‘공사 중’입니다. 지난 1월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5년간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달 23일 평양 송신·송화지구에서 1만 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이외에도 이미 1만6천 세대가 또 건설 중이라고 했으니, 평양에서만 한꺼번에 7만 세대 가까운 주택 건설이 진행 중인 셈입니다. 이는 우선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총체적인 경제 실패 속에서 그나마 건설사업으로 눈에 보이는 ‘치적 쌓기’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여명거리와 미래과학자거리 등 여러 대규모 건설사업을 통해 치적을 과시해 왔습니다. 주택 건설이라는 ‘친인민 행보’와 핵심 지지층 챙기기, 경제난 속 치적 쌓기 등 ’1타 3피’의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 美 국무부 인권보고서엔 일단 침묵… 향후 공세 나설 듯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앞둔 상황에, 북한 인권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도 나왔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는 일단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란 듯이 민생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요. 내치와 대외 사안을 분리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민생에 직결되는 사업은 그것대로 챙기면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등 대외정책과 관련된 사항들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출하며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