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세포비서대회…빗장 잠그고 말단까지 단속, 이유는? (2021.04.07)

■ ‘당 세포비서대회’ 개막… 김정은 참석해 개회사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오늘(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가 4월 6일 평양에서 개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당대회 결정의 집행 여부가 바로 당의 말단 기층조직인 당세포들의 역할에 달려있으며 당세포들의 전투력은 세포비서들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우리 당의 강화와 혁명발전에 있어 중요한 고비와도 같은 관건적인 시기에 동지들이 맡고있는 임무는 대단히 무겁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세포비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당의 세포비서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사업을 논의할 것이라며 대회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세포비서대회를 연 것은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3번째인데, 북한은 지난 1월 당대회 당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당세포비서회의를 5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당세포비서는 누구? 노동당 최말단 조직의 책임자들
‘당세포’, ‘당세포 비서’ 모두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단어들입니다. ‘당세포’란 북한 노동당에서 5~30명 정도로 구성되는 당의 최말단 조직을 뜻하고, ‘당세포 비서’는 이 말단 조직의 책임자를 부르는 말입니다.
북한을 흔히 ‘당국가 체제’라고 부르죠. 이는 노동당이 국가 운영의 전반을 지도하고, 당의 영도 아래 국가·사회의 모든 조직이 움직이는 체제라고 풀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기업체, 농장, 군, 관공서 할 것 없이 북한의 모든 단위에는 저마다 ‘당 조직’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당적 지도’를 받게 됩니다.

이번 당 세포비서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과 그 직책들을 살펴볼까요.
시멘트기업소에 있는 수리 작업반의 당세포비서, 협동농장 농산작업반의 당세포비서, 함경북도 검찰소(검찰청)의 당세포비서, 어린이식품공장의 사탕작업반 당세포비서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말단 당조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다 모였습니다.
이들이 결국 가장 밑바닥에서 당의 정책을 전파하고 학습시키며, 현장에서 당의 결정 사항을 관철시키도록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겁니다. 이번 당세포비서대회도 1월 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목표와 과업을 달성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 조용원 “반사회주의 쓸어버리는 발원점 돼야”
이런 당세포대회에서 당 수뇌부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반사회주의 근절’입니다. 당세포가 반사회주의 현상을 뿌리 뽑는 핵심이 되어야 한다며 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인데요.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보고를 통해 “당세포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쓸어버리는 발원점이 되어 맹렬한 투쟁을 벌이며 도덕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당세포 비서들이 당적 원칙, 혁명적 원칙이 없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도 높이 벌리지 못한 문제들도 엄정히 비판을 받았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당세포를 강화하고 그 역할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서 결함들도 적지 않았다”며 “비록 결함들이 부분적이고 작은 것이라고 하여도 절대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제정)한 이후 외부 문물 유입과 같은 이른바 ‘반(反)사회주의 행위’를 묵인한 간부의 처벌을 경고하는 등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당세포비서들의 사업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1만명 참석자 ‘노마스크’… 줄줄히 대회 개최 예고
이번 대회에는 생산 현장의 모범 세포비서들을 중심으로 각 부문의 당세포비서, 도당과 도급 당 책임간부, 시·군 및 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 당중앙위원회 해당 간부 등 1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 조용원 조직비서 외에 정상학·리일환 당 비서,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김재룡·오일정·허철만 당 부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실내 대회장에 모여있지만, 이번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도쿄올림픽도 불참한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내부 행사들은 ‘보란 듯이’ 마스크도 없이 개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근로단체 조직들인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 이달 초순, 조선직업총동맹은 5월 하순, 사회주의여성동맹은 6월 중순 평양에서 차례로 대회를 열 예정이고, 농민조직인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도 오는 7월 초 열리는 등 대규모 대회들도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이들 대회를 통해서도 당대회 과업 실행과 각 조직의 역할 강화를 논의하며 내부단속에 치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 빗장 걸어잠그고 말단부터 단속… ‘자력갱생 매진’ 독려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와 대남·대미 담화 등으로 대외 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한은 연초 당대회를 시작으로 각 층위, 각 분야의 회의를 이어가며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8차 당대회 이후 최고인민회의나 당 전원회의, 각종 근로·대중조직들의 분야별 회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당세포비서대회도 당대회의 과업 관철을 독려하기 위한 일련의 흐름 중 하나”라고 설명했는데요. 결국, 이런 대회들을 통해 경제발전을 위한 내부 정비와 보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수령 당 중심의 체제결속에 방점이 있다”며 “조용원 조직담당비서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강조한 것은 악역을 맡아 사회주의 우월성으로 자력갱생의 집중을 이끌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특히 말단조직은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최첨병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일탈은 주민들의 불만과 직결된다”며 “반사회주의적 일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