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남북 올림픽 ‘사실상 무산’…‘깜깜이’ 스포츠 외교 민낯 (2021.02.25)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오늘(25일) 집행위원회에서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우선 협상지로 결정하면서 서울-평양 공동 유치는 사실상 무산됐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급물살을 탄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도전은 2019년 서울-평양 공동 유치 의향서를 IOC에 제출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그동안 남북 관계는 냉각됐고, 유치 신청 도시인 서울도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웠다.

203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워낙 기습적이었다고는 해도 이번 IOC의 결정에서 드러난 한국 스포츠 외교는 거의 참사 수준이다.

어제 호주 언론과 올림픽 관련 매체가 관련 보도를 했을 때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호주가 유리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할지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IOC가 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IOC가 2028년 LA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11년 전인 2017년에 했기 때문에 사실 이번 결정도 빠른 것도 아니다.

결국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고 다음 달 총회가 열리는 데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당사자가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호주가 호주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자, IOC 부회장이기도 한 존 코츠 위원을 앞세워 범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유치 활동에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태평한 얘기만 오갔다.

IOC 위원이자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뒤 “대한민국 IOC 위원을 지켜주셨다. 스포츠 외교 강화와 2032 서울 평양 올림픽 유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문체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1년 업무계획에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지지를 확보하는 등 국제 스포츠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문체부뿐 아니라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외교부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문체부 노태강 전 차관을 주스위스 대사에 임명하면서 “문체부 차관 때 쌓은 IOC와의 인연을 잘 살려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IOC와 잘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IOC 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다.

지난달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우리 정부가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 호주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있다. 장관에 임명되면 즉시 바흐 IOC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도와달라고 하시라”고 주문했고 당시 정 후보자는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그 뒤 정의용 장관이 바흐 위원장과 통화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IOC는 앞으로 브리즈번과 유치 2단계인 ‘목표 대화’를 시작한다. 한국으로서는 이 협상이 어그러지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IOC가 만약을 대비해 유치 희망 지역과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IOC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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