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70년기획]⑯ ‘바늘과 실’이었던 형제…오늘의 선물은 ‘할아버지의 사진’ (2021.02.16)

 
 
 
편집자 주 :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여 년이 지났습니다.
잠시 헤어졌다 다시 만날 줄 알았지만,
여전히 재회하지 못한 이산가족이 5만 명이 넘습니다.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시간도 하루하루 희미해져 가는데요.
설을 맞아 그분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입고 동네 사진관을 찾은 오익환 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가 동생에게 줄 선물은 자신의 사진입니다. 하루라도 젊은 모습을 동생에게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바늘과 실’이었던 형제…. 동생을 기다리는 서랍 속 선물들

할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 옹진군. 가족은 동생과 증조할머니가 전부였습니다. 어머니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남한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6.25 전쟁이 나자 나이에 비해 키가 컸던 오익환 할아버지는 ‘인민군에 잡혀갈 수 있으니 도망가라’는 외삼촌의 성화에 급히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형, 꼭 와야 해. 꼭 갔다 와야 해”라는 동생의 외침에 “그래 갔다 올게” 라고 짧게 답한 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나뿐인 동생은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아이였습니다. 형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형이 누구랑 싸울 것 같으면 함께 달려드는 믿음직한 동생. 이런 동생과 할아버지를 두고 동네 사람들은 바늘과 실이라고 했습니다. 집을 떠나온 뒤 엎치락뒤치락하는 전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금세 고향에 돌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휴전이 되면서 동생과는 영영 이별하게 됐습니다. 2007년 동생을 만나려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오익환 할아버지. 하지만 그의 차례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양말, 속옷, 손수건…할아버지는 공공근로를 하면서 푼푼이 모은 돈으로 생각날 때마다 동생에게 필요할 것 같은 선물을 하나씩 사 모았습니다. 이젠 옷장 서랍을 가득 메운 동생의 선물들. 이 물건들이 언제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선물이 더 낡기 전에, 살아생전에 동생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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