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북핵실험 이후 북중관계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성균중국연구소장)
북한의 핵실험이후 한반도 안보위기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는 다시 열전으로 접어들었다. 유엔안보리는 예고한대로 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것은 과거 결의안에 비해 대북제재의 내용과 형식 모두 강화되었고, 특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중국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독자적 제재를 시행하고 키 리졸브 훈련을 계기로 핵무기가 탑재 가능한 B-52을 한반도 상공에 띄워 무력시위를 했다. 중국도 기존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좀 더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으며 비공개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북중교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핵공격을 암시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능력(nuclear capability)을 확보한 상태에서 실제로 이를 사용할 것임을 천명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는 선의의 중재자(honest broker)가 없는 ‘강 대 강’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진화 중
중국은 왜 과거와 달리 대북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 첫째,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가 실체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신형대국관계라는 좀 더 큰 틀에서 북한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둘째, 시진핑 체제도 북핵불용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을 예외로 둘 수 없었다. 셋째,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프로그램을 완성한 상태에서 저강도(low level)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북핵성격이 변했다고 인식했다. 넷째, 북한의 행동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공조에 참여하여 미국과 일본에 대한 억지력의 감소를 줄이고자 했다.
특히 중국의 새로운 변화라면 북핵이라는 단일한 이슈에 얽매이지 않는 좀 더 ‘자유로운 태도(輕鬆感)’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새로운 한반도 균형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북중관계의 위상설정, 대북지원의 방식과 규모, 국경에서의 경제협력, 박근혜 정부와의 한중협력 강화 등 가용한 모든 카드를 올려놓고 새로운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대북한 설득과 압박은 양국 간 특수 관계와 지정학적 이해를 고려할 때, 공개적 ‘겁주기’ 전략보다는 비공식적, 비공개적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대북정책은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체제의 대북한 정책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중국의 딜레마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핵실험으로 인해 핵능력을 시연한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강제하거나 설득할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둘째,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면 그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이른바 ‘영향력의 딜레마’를 학습했다. 셋째, 중국이 북핵실험을 비판하고 국제공조에 참여하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진출이 본격화되는 것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중국 신지도부의 대북정책: 지속과 변화
중국은 2013년 3월 제12기 전인대를 통해 제5세대인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새로운 지도부 앞에는 산적한 현안이 놓여있다. 무엇보다 심화되는 사회적 격차, 부패문제, 지속가능한 발전 등 민생문제 해결이 정책의 우선순위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안정적인 외부환경은 여전히 중요하다.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폐막기자회견에서 평화발전과 주권수호를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것은 주권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不稱覇) 방어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선 시진핑 체제의 대북정책은 기존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의 원칙 속에서 작동할 것이다. 첫째,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정책은 정치적 수사(rhetoric) 보다는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미중관계 속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발견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태도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개연성이 낮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의 비확산(non proliferation)이나 반확산(counter proliferation)보다 중국의 북핵불용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중국은 북핵 해결과정이 오랜 시간과 협상과정 그리고 우호적인 주변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최적의 북중관계를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당분간 오답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양국관계를 설정하고자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의 지정학적 이해를 버리면서 근본적인 정책전환을 시도할 개연성은 낮다. 북한체제의 불안정은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불리할 뿐 아니라, 새로운 미중관계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핵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북중관계를 재조정하는 상황으로 발전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중국으로서는 역내 핵 도미노현상을 불러와 중국이 핵으로 포위되는 국면을 맞이할 수 있고, 미중관계의 갈등을 감내해야 하는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북중관계는 이미 혈맹을 거쳐 ‘정상국가 대 정상국가’의 관계가 되었지만, 중국과 북한 모두 북중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미중관계, 남북관계의 전략적 균형추로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게임이 끝나면 북한을 다시 대화의 국면으로 불러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는 준비를 하고자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동시에 주변 국가들에게도 냉정과 절제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북한이 당분간 비핵화의 대화에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이것이 6자회담과 같은 대화무용론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새로운 정부의 협력의 공간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