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남북관계 전망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3년도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말하면 불확실하다. 2013년 남북관계의 거래조건은 사실상 새로이 흥정되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했으며, 남북한이 각자 새로운 거래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과 북한은 5년 전 중단된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단순 복원할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남북관계에서 핵심 질문은 과연 남북한이 남북관계 형성의 거래조건에 관한 새로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2013년에는 한국과 북한이 각자의 필요에서 남북관계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은 분명하다. 남북 양측에 동시에 등장한 새로운 집권 세력에게 공히 상대 세력은 가장 중요한 안보 위협 요인이다. 따라서 각 집권 세력은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가 그리고 상대방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는가 두 가지에 대해 탐색전을 펴며 남북관계에서 주동적 위치를 장악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을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남북관계의 새로운 거래조건을 놓고 흥정이 시작될 것이지만 새로운 흥정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양측이 새로운 거래조건에 합의하고, 이에 바탕하여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전개시키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거래조건에 합의하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협상을 완전히 깨지 못한 채, 각 측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흥정을 맺기 위한 회유와 압박만을 구사하면서 대치하는 형국이 장기 지속되는 것이다. 셋째,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흥정이 아예 깨지며, 한쪽은 다른 쪽에 대해 심각한 보복 또는 압박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거래조건에 합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2013년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가능성 중에서 둘째와 셋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를 보자. 첫째, 남북한 공히 남북관계 형성의 거래조건을 변경시켜 놓았다.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보다는 더 좋은 거래조건을, 그러나 노무현 정부보다는 더 나쁜 거래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거래조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과연 새로운 거래조건에 기초하여 북한과 흥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오직 실전을 통해서만 테스트될 수 있다. 북한당국이 내세울 거래조건은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첫째, 오직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개선된 거래조건만 수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 이제 북한을 핵 무기 보유 국가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 국가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2013년 이후 양측이 내세우게 될 남북관계 형성과 관련한 거래조건의 간격이 상당히 크다. 물론 남북한은 새롭게 흥정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수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양측 공히 또는 보다 영리한 한쪽은 궁극적으로 파탄을 예상하면서 그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제 행마를 시작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2013년 연초가 되면, 12월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제재국면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양측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적 언사를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단 흥정이 시작되면 북한당국은 언급한 두 개의 거래조건을 한국 측에 강요하는 방식으로 협상의제와 경과를 장악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협상에서 북한측이 내세우는 거래조건은 선명하고 강경한 데 비해 한국 측의 거래조건은 상대적으로 모호하고 융통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후자가 사전에 안전장치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협상이 구조적으로 전자에 의해 휘둘릴 위험이 있다.
2013년 남북관계가 전개되는 데 대한 제약 조건 중의 하나는 2013년 동안 북한 핵문제에 대한 가시적 진전이 이루어지기가 난망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전개 수준은 궁극적으로, -강조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핵 무기 문제 해결 진전 수준에 의해 제약당할 수밖에 없다. 2013년 북한이 내세울 거래조건 중의 하나는 10.4 선언을 복원하고, 2007년 말의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제안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의 10.4 선언은 당시 6자회담에서 북한 핵 무기 개발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리체계 관련 합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성사 가능했고 또한 미래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은 상황이 매우 다를 것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리체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핵 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즉 2013년의 상황에서 10.4 선언은 정치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 이를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남북관계는 결국 순탄치 못했을 것이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