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화 스타/ 스타덤
북한의 배우들은 남한과 달리 영화촬영소에 전속되어 있다. 이 말은 자신이 영화출연을 하지 않을 때에도 마치 회사에 나가듯 촬영소에 출근하여 연습이나 연구를 해야하며 촬영소로부터 일정한 급료를 받음을 뜻한다. 대부분 활동중인 배우들은 평양연극영화대학교 배우과를 졸업했거나 각 촬영소의 배우양성반 등 기관을 거쳐서 발탁되었다. 북한에는 각 직장에서 예술소조(동아리)활동이 활발해 그런 활동 중에 재능을 인정받아 배우로 뽑히기도 한다. <도라지꽃>의 오미란의 경우 무용을 하다 배우로 전환하였고 <청춘이여>에서 농구선수로 출연한 김련화는 실제로도 철도국 체육단 소속의 농구선수였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호평을 받은 영화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에서 주인공 강선달 노인 역을 맡은 배우이자 북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가운데 하나인 김룡린은 탄광에서 일하다가 배우로 선발되었다.
배우 시스템은 무급, 1-8급, 공훈배우, 인민배우로 되어 있다. 무급배우는 갓 촬영소에 들어온 견습생이며 2-3년에 한번 있는 등급심사에서 합격하면 한 등급씩 올라가고 생활비(월급)도 오르고 영화출연기회도 많아진다. 공훈배우나 인민배우 호칭을 받게 되면 차관급정도의 대우를 받는다고 하니 북한에서도 배우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어 평양연극영화대학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고 한다. 다만 꽉 짜여진 시스템 때문에 신인배우들이 남한식으로 스타로 뜨기가 쉽지 않다. 북한에서는 외모나 스타성보다 경력이나 연기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는 일군의 신인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체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면서 배우의 캐스팅에서도 신인배우를 많이 기용해 영화를 ‘새 맛’이 나게 만들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배우들 중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는 <녀병사의 수기>의 김윤미, <한 녀학생의 일기>의 박미향, <강호영>의 주인공 김철남, <수업은 계속된다>의 김원일 등인데 이들은 평양연극영화대학 재학 중에 바로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호평을 받으며 활동 중이다.
2000년대 스타들이 기존의 배우들에 비해 차별화된 점은 자신의 나이와 극중 캐릭터의 나이가 어느 정도 일치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관행에서 40대의 배우들이 20대 역할을 맡으며 영화나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손상시켰다면 이들은 제 나이에 맞는 역할로 ‘청춘다운’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의 나이가 젊어졌다는 뜻은 단지 보다 그럴듯한 역할이라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한 녀학생의 일기>가 인기를 끌며 박미향과 그의 친구들이 썼던 말투가 유행하듯 스타의 말투, 태도, 문화적 성향 등이 스크린을 통해 북한의 인민대중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유행을 선도하며 새롭고 젊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문화현상이다.
<필자 : 이명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