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문제> 시리즈: 가정혁명화와 북한 중산층
다부작 시리즈로 제작된 리희찬 영화문학의 북한영화 <우리 집 문제> 시리즈는 ‘가정혁명화’라는 종자를 실현한 ‘사회주의 현실주제’ 작품이다. “우리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자신을 공산주의적으로 개조하고 가정을 혁명화하기 위하여 투쟁하여야 하며 특히 지도일군들이 자신과 가정을 혁명화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라고 말한 김일성의 연설을 제작배경으로 해 영화는 10여 편이 넘는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시리즈는 1973년 1편 격인 <우리 집 문제>를 필두로 2편 <우리 옆집문제>(1979)로 이어졌고 이후 연이어 <우리 아랫집 문제>, <우리 윗집 문제>, <우리 사돈집 문제>, <우리 처갓집 문제>, <우리 큰집 문제>, <우리 누이 집 문제>, <우리 작은집 문제>등 198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1983년 제작된 <우리는 모두 한 가정>으로 1차 시리즈를 마감했고 1987년 <다시 시작된 우리 집 문제>로 2차 시리즈를 시작해 <우리 삼촌 집 문제>(1988)가 제작되었다.
<우리집 문제> 시리즈의 독특한 점은 본격적으로 북한의 중산층을 영화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일제시대나 전쟁기와 같이 과거 사회가 아닌 현재를 배경으로 하면서 주인공도 소작인이나 농민, 하급 노동자계급이 아닌 북한 사회의 중심적 내부인들 곧 사회주의적 생활에 잘 적응한 간부/중산층을 주인공으로 전면화하고 있다.
영화는 우편국장의 부부 문제에서 출발해 결혼, 이혼, 고부갈등 등 가정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대학진학, 취업, 이사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관계와 관료주의 등 북한 사회 내부문제를 코미디양식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근대화의 경험과 그 결과 생긴 근대적 규범들이 부부관계, 시부모와 며느리 관계 등 전통적 가족관계와 갈등하는 내용을 보여주어 가정혁명화라는 종자에 충실하다. 그러나 영화의 이면에서는 근대화로 등장한 중산층 간부들이 사회주의라는 체제의 목표와 갈등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북한 체제의 내부인임에 분명한 영화 속의 북한 중산층은 사회주의 목표에 자발적 동의를 보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그것을 거스르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들은 하나같이 겉으로는 사회주의를 외치면서 실생활에서는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행동과 선택을 한다. <우리집 문제> 시리즈는 북한이 추구한 근대화의 결과 등장한 중산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해 사회주의 교리와 상반되는 비공식사회를 형성하여 물질과 개인생활을 추구하는 북한 사회의 또 다른 내면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필자 : 이명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