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스타 계순희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간에 유도는 일본에서 창안된 종목이다. 가노 지고르라는 사람이 창안한 유도는 상대가 공격해오는 힘을 절묘하게 역이용해서 오히려 상대를 제압하는 운동이다.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순간적인 힘의 이동으로 상대를 유도매트에 거꾸러뜨리는 것. 이것이 유도의 통쾌함이다. 1960년 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결정된 이후 현재는 전 세계 182개국이 국제유도연맹에 가입해있다. 그만큼 널리 행해지는 종목이다.
북한 선수나 북한 팀이 일본선수나 일본 팀에 이긴 적은 여러 번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이 북한의 계순희가 일본의 유도스타 다무라 료코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꺾었던 그 경기를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국내 방송사가 앞 다투어 계순희 선수의 결승 경기 장면을 되풀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점차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던 북한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도 큰 사건이지만 유도 종주국인 일본의 유도스타를 무명의 북한 소녀가 제압했다는 사실에 세상이 놀랐던 것이다. 당시 다무라 료코선수는 84전 연승 행진을 하고 있었고 계순희 선수는 방년 17세의 무명 선수였다.
1996년 애틀랜타 이후 소녀선수 계순희는 이제 서른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그녀가 정말 우수한 것은 어린 선수이던 48㎏급에서 세계 최고임을 입증한 이후 2001년 독일 뮌헨 세계유도선수권대회 52㎏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57㎏급 체급경기로 옮긴 이후 2003년, 2005년, 2007년 내리 3번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점이다. 체급경기인 유도에서 3개 체급을 석권하고 57㎏ 체급에서 6년간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세계유도연맹은 2003년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계순희 선수에게 ‘베스트플레이어상’을 수상하였다. 땀과 훈련으로 스스로를 단련한 선수에게 대회조직위원회의 감동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계순희 선수는 모란봉청소년체육학교에서 운동을 하다가 발탁되었다. 북한의 영자지 평양타임지는 계순희 선수를 북한을 빛낸 ‘별 중의 별’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그녀는 만 29세가 되었다. 26세 되던 해에 유도 감독이던 김철 감독과 결혼했다. 인민체육인인 계순희 선수가 북한 인민의 여망인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남북이 결코 잊을 수 없는 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