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악곡
북한에서는 기악곡보다 성악곡을 중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음악을 통한 ‘메시지 전달’을 중요시 하는데, 성악곡에는 가사가 있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이 용이한데 비해 기악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기악음악은 우리하고는 달리, 기악곡 자체로 만들어진 것은 별로 없고, 이미 널리 애창되는 노래를 선택하여 그것을 주제로 하여 독주곡, 협주곡, 실내악곡, 교향곡 등과 같은 기악곡으로 재창작을 하고 있는 것이 북한 기악음악의 주류이다.
그런 한편, ‘표제음악’적인 성격이 강한 게 북한 기악음악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면, 풍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곡이라던가 전원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곡 같은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종류의 기악곡으로는 무용반주 음악이 있다. 원래는 무용반주곡으로 작곡되었지만, 독립적인 기악곡으로 연주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말한다면, 북한의 기악음악은 첫째 이미 잘 알려진 성악곡을 기악곡으로 재창조 한 것이거나, 둘째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묘사한 곡이거나, 셋째 무용반주곡이다. 그리고 기악곡들도 성악곡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그 곡의 구체적인 제목이 있으며, 역시 성악곡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모든 요소 중 선율을 제일 중요시 한다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악곡으로는 민요 〈아리랑〉을 관현악곡으로 만든 〈아리랑〉를 비롯하여 〈도라지〉, 〈양산도〉, 〈능수버들〉, 〈돈돌라리〉, 〈새야새야〉를 피아노곡 실내악곡 관현악곡으로 만든 것이 있으며, 대표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사향가〉가 있다. 그리고 동요 〈고향의 봄〉과 가곡〈봉선화〉를 실내악곡으로 만든 것도 자주 연주가 되고 있으며, 북한이 자랑하는 관현악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도 원래는 합창곡을 다시 기악곡으로 만든 것이다. 그 외 대표적인 교향곡인 〈피바다〉 역시 혁명가극 〈피바다〉를 교향곡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북한의 기악음악은 음악적 소양이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어지고 친숙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북한식으로 표현한다면 ‘인민성’과 ‘대중성’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의 생명과도 같은 ‘자율성’과 ‘창조성’을 얻는 데는 실패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