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종결되면서 1953년 7월에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의해 휴전 성립 당시의 양측 군의 대치선을 기준으로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휴전선이다. 그리고 휴전선으로부터 남, 북으로 각각 2km가 비무장지대로 정해져 있다. 비무장지대는 남한과 북한 군대간의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그 내부에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된다.
현재 군사분계선은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에서부터 개성 남쪽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ㆍ금화를 거쳐 동해안 고성의 명호리에 이르는 248㎞(155마일) 길이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런데 당시 정전협정에서는 육상경계선만 정하고 해상경계선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가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5개 섬 북단과 북한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북방한계선(NNL)’로 정해 북측에 통보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의를 전혀 제기하지 않고 준수하였는데, 최근 꽃게를 비롯한 연평도 부근의 풍부한 수산자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자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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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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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한계선-NLL> |
<북방한계선-NLL>
판문점은 한국전쟁 당시 정전회담을 하던 장소가 유래가 되어, 현재 서울에서 통일로를 따라 북으로 약 50km, 개성 동쪽 10km 지점인 경기 파주시 진서면에 위치하고 있다. 판문점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UN과 북한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으로, 전후좌우의 거리가 800m에 불과한 좁은 공간이다. 공식 명칭은 유엔군과 북한군의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으로, JSA라고 불린다. 판문점, JSA에는 유엔과 북한이 각각 6개 초소를 운영하면서 35명으로 구성된 경비병이 항상 지키고 있다. 과거에는 JSA 안에서 양측 경비병들이 서로 오갈 수 있었다는데, 1976년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 이후에는 양측 경비병들이 상대방 지역으로 넘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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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조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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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앞 북측도로 종단점> |
자료: 현대 아산
판문점에서는 남북한 사이 휴전협정 위반 사건이 일어날 때 이를 조정하는 군사정전위원회를 비롯하여 남북적십자 예비회담, 남북총리회담의 실무회담 등이 열려, 남북한 사이 대화와 조정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쓰여왔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보여주는 곳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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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내도> |
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8월 ‘민간인의 비무장지대 출입에 관한 협의’에 근거해서, 비무장지대에 남한 주민이 거주하는 ‘자유의 마을’과 북한 주민이 거주하는 ‘평화의 마을’이 각각 생겼다. 이 마을들은 6.25 전쟁 이전부터 그 곳에 살던 주민들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마을들이다. 지금도 40여 세대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지만, 외부와의 교류가 자유롭지 못해서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는다. 하지만 이 마을 민간인들과 마을 행정, 구급사항과 관계된 사람들 외에는, 정전위원회의 특별허가를 받지 않으면 어떤 민간인이나 군인도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비무장지대 바깥의 남쪽 철책선을 남방한계선이라고 하는데, 이 선을 경계로 남쪽 5~20㎞에 이르는 구간은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정해져 있다. 흔히 민통선이라고 하는데, 원래 이 구역 안의 민간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는 그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고, 2001년 이후에는 민통선 안에서도 주민들이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농사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통제가 완화되었다.
비무장지대 내부는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인데다, 세계적으로 냉전시대의 유물로서 관심을 끌고 있는 특수한 곳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서부전선 판문점, 도라 전망대, 임진각,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 동부전선 펀치볼 전적지, 고성 통일전망대 등 일부 지역에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땅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동안 온갖 동식물이 그곳을 점령하여 생생한 자연의 모습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남북한에서 다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식물들이 DMZ 부근에서는 자주 발견되고 있다. 내륙 산간지대 하천, 계곡에서는 1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 빙어, 어름치, 쉬리 등의 희귀어종들이 발견되고 있고, 타지역의 수종들을 인위적으로 옮겨 심치 않아서 여러 토착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그리고 멸종 위기에 있는 두루미, 재두루미, 크낙새 등 여러 철새들이 철마다 찾아들고, 사향노루, 산양 등의 야생포유류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UNESCO, UNEP, IUCN 등의 국제기구에서 DMZ를 국제적 생물보호구역, 자연 생태공원으로 지정관리할 것을 남한과 북한에 제의,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지역의 경우, DMZ 북쪽 50㎞ 이내 지역에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어 북한주민들조차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최근 관광객들이 민통선지역까지 찾아들고 민물고기들을 잡고 있어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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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동물> |
자료: 비무장지대의 과거 현재 미래(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협의회, 1995)
DMZ 부근 지역은 임진강과 한탄강에 인접해 있어 예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래서 역사적 유적과 유물도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선 이 부근은 후삼국시대 궁예가 터전을 잡았던 곳이고 고려 수도 개경의 외곽지역이어서, 관련 유적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전 38도선 이북이었던 곳에서는 당시 북한 건축과 사회상을 알 수 있는 건물들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전쟁 당시 많이 파괴되거나 손상된데다, DMZ 내부는 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한다. 현재 DMZ에서 확인된 유적으로는 후삼국시대 궁예도성과 병자호란 당시 철원지역에서 전사한 1,000여명 사람들의 무덤인 전골총 등이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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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유적> |
통일되기 이전이라도 DMZ 구역을 현재의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DMZ 구역을 자연공원, 생태공원, 자유경제지대 등으로 활용하여 평화유지와 분쟁완화를 꾀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DMZ 구역을 평화적으로 활용하여 남북한간에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를 증대시킨다면, 평화통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DMZ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DMZ 내부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에 엄청난 지뢰들이 묻혀 있다. DMZ 내에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으려면 이 지뢰들이 제거되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DMZ 내의 자연생태계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특수한 환경에서 조성된 것인데,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 이곳은 쉽게 파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DMZ 구역 활용에 대해서도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DMZ 구역이 한반도 중앙부라는 입지적 장점을 살려, 이곳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경제적 이익을 꾀하자는 의견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땅이 넓지 못한데, 그동안 군사적 이유로 활용하지 못한 넓은 땅을 이용할 수 있다면 매우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DMZ구역에 공장, 연구소, 물자교류센터, 스포츠 시설, 놀이공간, 관광지 등을 조성하여 문화ㆍ경제적으로 활용하고, 남북한 교류를 위한 전진기지, 시험장소 등으로 이용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DMZ 구역을 자연상태 그대로 두어 세계적인 자연생태보전지구로 보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DMZ 내의 생태계는 다시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어렵고, 적절한 대책 없이 개발이 될 경우 짧은 기간에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생태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남북한이 모두 DMZ 외부의 곳곳을 자연보호구역이나 생태보전지역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다.
현재 남한에서는 자연보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여 강원도 인제군에 ‘DMZ 평화생명마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DMZ에 인접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이 일대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 남북교류, 세계평화를 꿈꾸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마을, 평화공원, 자연생태공원의 세 구역으로 나누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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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생명 마을 위치도와 계획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