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고도인 해발 800미터에서 한반도 최고봉인 백두산 장군봉 2,750미터에 이르기까지, 수직 고도 차이가 2,000미터에 달하는 백두고원의 자연 환경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고지대 자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규모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백두고원의 현무암지대는 한반도의 식생 지리 구분에 의해 백두산 소지구로 구분되어 있고, 백두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야생동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포유동물


고래류와 바다사자류 등의 해양 포유동물과 밍크, 뉴트리아 등의 외래 유입종을 제외한 자연 서식형 육상 포유동물은 남북한 합쳐 총 82종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북한에서 발간한 『백두산총서(동물)』는 백두산을 포함한 백두고원의 포유동물상이 총 6목 18과 39속 54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이 삼림성 포유동물 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백두고원의 포유동물은, 종 수에서 한반도 육서 포유동물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백두고원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포유동물로는, 빙하기의 역사적 증인이라 불리는 토끼목의 우는토끼, 세계 3대 진귀 모피 동물의 하나인 식육목의 검은돈, 물 속에서 먹이를 찾아 먹고 생활하는 식충목의 갯첨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사슴과 동물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말사슴 등이 있다.
또한 남한에서는 절멸하였거나 절멸 직전에 있는 호랑이, 표범, 반달가슴곰, 이리, 늑대, 여우 등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중대형 식육류(육식성 포유동물)의 종 수가 북한에는 많이 남아 있다. 이는 먹이 자원이 풍요로울 뿐 아니라 백두고원의 삼림 생태계가 매우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백두고원의 포유동물상이 갖고 있는 특징은 중국 동북부 지방 및 러시아 극동 지역과 공통 종이 많다는 것이며, 계통학상 구북구(舊北區) 북부 지역 기원의 종들이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백두고원 무포지대에서 KBS 백두고원 조사팀이 식충목 뒤쥐과에 속하는 1종의 한반도 미기록종 Sorex daphaenodon(신칭 백두산뒤쥐)을 새로 발견하여, 백두고원의 포유동물상은 총 55종에 이른다.







<우는토끼>

우는토끼 Ochotona hyperborea 토끼목 우는토끼과에 속한다. 다른 토끼들이 소리를 내지 않는 데 비해 우는 소리를 낸다 하여 우는토끼, 또는 쥐처럼 생겼다고 하여 쥐토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백두고원의 해발 2,000미터 이상의 노출된 암벽지대에만 서식하고 있다. 초본의 잎, 줄기, 과실을 먹는 채식성이며 주야로 활동한다. 겨울에는 동면을 하지 않지만, 겨울을 대비해 가을에 미리 바위 구멍이나 틈새에 먹이를 대량으로 저장한다.







<호랑이>

호랑이 Panthera tigris 남한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호랑이를 보았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서식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북한의 백두고원에는 6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며, 2001년 KBS 백두고원 탐사팀도 발자국을 목격하였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촬영. 사진 제공: 러시아 극동생물연구소의 Dr. Yudin. 늑대 Canis lupus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늑대는 1980년대 이후 서식 정보가 두절된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조선총독부 시절만 해도 늑대로 인한 피해가 호랑이에 비해 3, 4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자연 환경에서도 어린 호랑이가 늑대에게 해를 당하는 등 먹이사슬에서 호랑이와 늑대는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다. 현재 늑대가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196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살서제의 2차 피해로 급격히 감소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그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보호 동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촬영.







<스라소니>

스라소니 Lynx lynx 꼬리가 뭉툭하고 크기는 고양이와 표범의 중간 크기이다. 중위대부터 툰드라지대의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유라시아대륙의 동서에 걸쳐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스페인에는 고립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함경북도와 자강도 일대의 고산지대의 산림에만 적은 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백두대간을 따라 남한 일대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촬영.







<여우>

여우 Vulpes vulpes 늑대와 같이 개과에 속하지만, 늑대에 비해 인가 주변에 자주 출몰하던 포유동물이다. 여우는 공동묘지와 같이 야산의 노출된 환경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무덤 밑에 집을 만들어 새끼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여우 또한 늑대와 같은 이유로 사라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으나, 늑대에 비해 서식 정보는 풍부하다. 여우는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그 개체 수도 많다.
현재 남한에 남아 있는 개체 수는 20여 개체 미만으로 추정된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개체 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촬영. 사진 제공: 러시아 극동생물연구소의 Dr. Yudin.

조류

1993년에 발간된 『백두산총서(동물)』에는 백두고원에서 서식하는 조류가 15목 46과 106속 189종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1998년에 발간된 『백두산 탐험 자료집』에는 총 15목 48과 109속 204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북한 조류학자들이 백두고원의 조류 생태를 지속적으로, 매우 활발히 연구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자료이다.
현재 남북한 전역에 약 450여 종의 조류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백두고원에 서식하는 조류가 한반도 조류상의 약 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백두고원 조류상의 특징은 해발 고도에 따라 분포되어 있는 종 다양성이 매우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삼림성 조류가 서식하는 환경의 기반 구조인 식생이 고도에 따라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고원에서는 해발 1,300미터에서 1,600미터 지역을 중심으로 삼림성 조류가 가장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백두고원 조류상의 또 다른 특징은, 동물 지리학적으로 백두고원이 구북구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조류 종 분포상의 남방한계 서식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조류로는 멧닭, 긴꼬리올빼미, 세가락딱다구리 등이 있다.







<긴꼬리 올빼미>

긴꼬리올빼미 Surnia ulula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한다. 다른 올빼미류가 야행성인 데 비해 긴꼬리올빼미는 주행성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발히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부 고산 지역, 즉 백두산 일대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고?백두밀영 정일봉에서 촬영.

파충류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7도에서 영상 3도밖에 안 되는 백두고원은 따뜻한 기온을 필요로 하는 파충류가 살아가기에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그래서 백두고원의 혹독한 기온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파충류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백두산총서(동물)』에 의하면, 총 2목 4과 4속 5종의 파충류가 백두고원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충류에 관한 북한의 학술적 연구도 매우 미비하기 때문에, 백두고원의 파충류 종의 분류학적 및 생태학적 재고찰을 통해 백두고원의 파충류상을 새로 정리하였다.



양서류


백두고원의 혹독한 기온 조건은 양서류가 서식하기에도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백두고원에서 서식하는 양서류는 구북구 북부 계통 기원 종과 광역 분포 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백두산총서(동물)』에 총 2목 4과 5속 6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백두고원에만 서식하는 종으로는 유미목의 네발가락도룡뇽 Onychodactylus fischeri 단 1종이 있다.
2001년 KBS 백두고원 탐사팀이 무미목의 개구리 1종을 발견하였는데, 기존 자료에는 없는 미기록 종으로, 백두고원의 양서류상에 새로 추가한다. 그리고 중국측 백두산 지역에서 확인된 1종도 북한 자료에는 없는 미기록 종으로, 2종의 산개구리류를 백두고원의 양서류상에 포함한다. 따라서 백두고원의 양서류상을 총 2목 4과 5속 8종으로 정정한다.


어류


백두고원에는 천지에서 발원하는 압록강과 두만강 상류 지역을 포함하여 소백수, 리명수, 가림천, 오시천, 운총강 등의 크고 작은 하천, 삼지연 등의 자연 호수, 간장늪 등의 자연 늪, 원동저수지 등 인공 저수지가 발달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물 흐름이 빠르고 수온이 매우 낮다. 이러한 지리 지형적 입지 조건 때문에 백두고원에는 냉수성 어류만이 생존할 뿐 다양한 어류상이 분포되어 있지는 않다.
1993년 발간된 『백두산총서(동물)』에 의하면, 백두고원 일대에서는 총 5목 8과 21속 32종 및 아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98년 발간된 『백두산 탐험 자료집』에는 총 2강 5목 9과 27속 40종 및 아종이 기록되어 있다.
백두고원의 어류 종 다양성은 우리나라 담수어류의 17퍼센트를 차지하며, 고유 종은 없다. 다만, 남한에는 분포하지 않는 한반도 북부지대 특산 종으로 보천칠성장어, 자치(정장어), 곤들메기(산천어), 야레, 두만강야레, 두만강자그사니 등이 있다.


천지의 물고기 방류 사업
천지는 화산 폭발에 의해 생성된 분화구로, 지형적 구조로 볼 때 물고기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가 자연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1960년 7월 30일, 제1차 천지 방류 사업을 시작으로 1984년, 1989년, 1991년 등 총 4차례에 걸쳐 붕어, 참붕어, 산천어, 버들치, 종개 등 5종의 어류를 삼지연과 두만강, 압록강에서 채취하여 천지에 방류하였다. 그 가운데 1984년 6월 14일 삼지연에서 가져다 방류한 산천어가 환경에 적응해 현재까지 천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천지 방류 사업의 성공을 기려 산천어를 일명 ‘기념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천지에 물고기를 방류한 일은 1940년대에도 있었다. 1943년 일본인으로 구성된 백두산 탐험대가 붕어와 잉어의 치어 각 50마리를 천지에 방류하였다고 한다.
『백두산 탐험 자료집』에는 천지 이외에 삼지연, 신무성수 등지에도 양어사업소의 사육 어류와 주변 수계에서 채취한 어종을 방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무척추동물

백두고원에는 매우 다양한 종의 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백두산 탐험 자료집』에는 백두고원의 무척추동물 종이 총 1,782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곤충류가 1,542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진드기강 100종, 거미강 82종 순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들 무척추동물상의 종 구성적 특성은 북방 기원 계통 동물 종이 주류를 이루고, 일부 남방 기원 계통 종이 소수 유입하여, 북방 요소의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백두산총서(동물)』에 따르면, 북방계와 남방계의 동물 종 비율은 북방계 기원이 남방계 기원에 비해 5개 분류군에서 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북방 기원 계통 종으로 대표적인 것은 인시목의 백두산표범나비, 노랑무늬산뱀눈나비, 높은산뱀눈나비, 검은보리밤나방, 높은산금날개밤나방 등이다. 잠자리류에는 가는곤봉잠자리, 북곤봉잠자리, 대륙고추잠자리, 얼룩왕잠자리 등이 있다.(이들 동물의 이름은 북한 이름을 따라 표기한 것이다.)
한편 백두고원에서 나타나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일부는 남한의 한라산에서도 볼 수 있다. 이는 과거 지사시대(地史時代)의 빙하기 때 남부 지역까지 분포한 종들의 일부 개체가 생태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잔존하고 있는 현상으로, 동물 지리학상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상제나비 Aporia crataegi 나비목 흰나비과에 속한다. 남한에서는 강원도 영월과 인제 지역에서 관찰되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습지에 잘 모이고 암수 모두 엉겅퀴, 조뱅이, 토끼풀 등의 꽃에서 꿀을 빨아 먹는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보호 야생동물 종이다. 백두고원 대홍단 지구에서 촬영.


2001년 6월 한 달간 KBS 백두고원 탐사팀이 백두고원의 무척추동물 종들을 소수 채집하였는데, 해당 분류군의 전문가에 의해 정밀 종 동정(同定: 동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을 정함)이 끝난 주요 종 및 분류군들은 다음과 같다.


딱정벌레목 반날개상과 송장벌레과
한남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의 조영복 선생이 아래와 같이 동정하였다.


넓적송장벌레 Silpha perforata perforata Gebler
검정수염송장벌레 Nicrophorus vespilloides Herbst


백두고원 지역의 거미
백두산의 거미에 대해서는 1993년 발행된 『백두산총서(동물)』에 11과 75종(미확정 종 8종 포함)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유일한 자료이다.
그러나 KBS 백두고원 탐사팀이 2001년 6월 7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한 결과 아래의 목록과 같이 8과 14종이 채집되었다. 조사는 신무성, 선오산, 삼지연, 삼지연의 베개봉호텔, 무포, 천지의 6개 지역에서 이루어졌는데, 삼지연 베개봉호텔에서는 거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 채집한 8과 14종의 거미 가운데 2종이 한국 미기록 종이며, 이를 포함해 모두 9종의 거미를 새로 추가하게 되었다.
한국동굴생물연구소의 남궁준, 최용근 선생이 동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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