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고분의 벽화들은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색과 형태가 변하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물론 일제시대 이래 발견되고 난 후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1천5백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왔던 그 뛰어난 유산이 불과 1백년 만에 망가지고 스러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평양 일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분 벽화의 몇몇 장면을 감상하면서 천5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고구려인과 함께 하는 삶과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 강서대묘 현무도 투시도 >
<강서대묘 현무도>
고구려 고분벽화에 사신도가 그려진 것이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힘차고 생동감을 주며 세련된 것으로 강서대묘의 것을 꼽는다. 그 구상이 장대하고 힘차며 필치가 세련되어, 우리나라 고분벽화 중에서 극치를 이루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풍부한 상상력과 역동적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벽화로서 우주 사방의 질서를 지키는 수호적 존재로서의 위엄이 곳곳에서 풍긴다. 그 중에서도 북쪽을 지키는 방위신 현무는 둥근 원으로 능숙하게 그렸는데 달리는 거북의 몸뚱이를 뱀이 미끄러질 듯이 가볍게 감고 있고, 거북은 머리를 뒤로 돌려 등 위에서 뱀과 마주보고 서로 물려고 하고 있다. 부드럽고 율동적인 선조로 처리하였으나 오히려 힘차고 신령스러워 보인다.
 






< 강서중묘 백호도 >
<강서중묘 백호도>
이 백호도는 수많은 고구려벽화의 사신도 중에서 강서대묘의 사신도와 더불어 가장 우수한 걸작품의 하나이다. 화려하면서도 힘차고 웅혼한 기상이 느껴진다. 그 힘찬 율동감은 생동하는 정기를 표현하고, 아름다운 색채의 섬세한 조화는 생명력을 더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는 신체의 흐름이 변화와 긴장감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미를 나타내고 있다.
 






< 진파리 1호분 소나무 >
<진파리 1호분 소나무>
진파리 1호분의 벽화는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넘쳐 자유분방하고 매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도 소나무 그림은 최고의 걸작이다. 분방하고 활달한 선은 소나무의 특징인 줄기와 가지의 곡선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여 마치 나무를 스치는 솔바람 소리가 들릴 듯하다. 그 여백에는 백화가 만발하고 시원한 바람에 오색구름과 꽃보라가 날며 향기가 가득한 이상적인 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이제껏 고분벽화에서의 풍경화는 주로 주제의 보조적인 위치에 불과하였으나 이 수목도는 그러한 한계를 탈피하여 독립한 테마로서 그려진 회화형식의 대표적인 예이며, 또한 상징 풍경화로서도 개성적이다. 고구려 벽화의 최고 걸작이라 할 만큼 당당한 작품이다.
 






< 덕흥리고분 견우직녀도 >
<덕흥리고분 견우직녀도>
덕흥리고분의 천장벽화 중에 굽이치듯 푸른 은하수가 흐르고 그 위에는 검은 까마귀가 다리를 이루고 있고, 은하수를 마주보고 두 남녀가 있는 그림이다. 그 중 남자는 소를 끌고 가고, 여자는 아쉬운 이별에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직녀의 곁에 한 마리의 검정개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바로 견우 직녀가 7월 7석 날에 만났다가 헤어지는 그림이다. 어렸을 적에 많이 들었던 견우직녀 설화가, 천 5백년전 고구려인들에게도 아주 즐겨 이야기되고 있었던 것이다.
 






< 수산리고분 교예도 >
<수산리고분 교예도>
수산리 고분은 섬세하고 우수한 회화기법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부부가 시종, 시녀를 거느리고 교예를 구경하고 있다. 교예도는 제한된 화면에서 많은 장면을 보여주기 위하여 위에는 긴 나무에서 다리 재주를 부리는 사람을 그렸고 그 밑에 다섯 개의 둥근 고리와 끝에 둥근 고리가 달린 3개의 막대기를 엇바꾸어 던지는 사람들을 그렸다. 주인공이 미소짓고 흥겹게 구경하는 장면이나 세 교예사가 열심히 곡예하는 자태 그 모두가 움직이는 듯이 표현되고 있다. 교예를 부리는 사람이 시종과 같은 크기로 그려진 것을 보니 그들의 신분은 비슷한 모양이다.
 






< 쌍영총 천장벽화 >
<쌍영총 천장벽화>
쌍영총은 아름답게 장식된 두개의 팔각기둥으로 인하여 그 무덤 이름이 지어졌다. 복잡 화려한 장식무늬가 천정부에 넘치고 있다. 고구려 벽화무덤의 장식무늬는 아주 다채로우며 종류도 적지 않지만 쌍영총은 그 화려함에 있어서 극치를 보여준다. 삼각고임부에는 원을 그려서 태양과 달을 상징하고 동쪽에는 세발 까마귀(태양), 서쪽에는 두꺼비(달)를 배치한 모습에서 고구려인들의 하늘에 대한 관념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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