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북한의 건축용어


 


1960년대에 들어와 북한 당국에서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인 ‘국어순화운동’을 전개한다. 내각직속 국어사정위원회의 주관으로 생활용어에서부터 전문용어들, 특히 한문, 영문, 러시아문들을 우리말로 고치는데 쉽게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것은 몇 가지를 제안하여 여론을 수렴하기도 하였다. 이 때 건축분야에서도 한문, 영문 용어들이 우리말로 바꾸게 되었다.


한자어인 주택을 ‘살림집’으로 고치고 건물의 각 실도 우리말로 고쳤다. 거실을 ‘살림방’, 대기실을 ‘기다림방’, 응접실을 ‘손맞이방’, 세탁실은 ‘빨래간’, 샤워실은 ‘물맞이간’, 탈의실을 ‘옷갈이칸’, 화장실을 ‘위생실’ 등으로 고쳤다. 영어로 사용된 용어 중 발코니는 ‘내민퇴’, 베란다는 ‘퇴칸’ 또는 ‘해맞이칸’, 테라스는 ‘내민대’ 또는 ‘펀펀대’ 등으로 바꿔 부르게 하였다. 이 중에는 바꿔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제안만 하고 쓰이지 않은 것도 있다.


그 동안 사용되어왔던 건축용어 중에는 일본식 용어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일체식벽은 ‘통짜식벽’, 조립식은 ‘맞춤식’, 마찰말뚝은 ‘매달린말뚝’, 지주식말뚝은 ‘박힌말뚝’, 타항식말뚝은 ‘때림말뚝’ 등이다. 건축구조용어 중에서 하중은 ‘짐’, 집중하중은 ‘몰킨짐’, 분포하중은 ‘널린짐’, 등분포하중은 ‘고루널린짐’, 자중은 ‘제무게’, 켄틸레버는 ‘내민보’ 등으로 고쳤다.


고건축에서 사용하던 한문식 표기를 우리말로 고쳤는데 예를 들면 사찰을 ‘절간’, 석굴사원을 ‘돌굴절간’, 루정은 ‘다락문건축’, 사당은 ‘제사집’, 목탑은 ‘나무탑’ 맞배집을 ‘배집’, 배흘림기둥을 ‘배부른기둥’, 동자주를 ‘아이기둥’, 쇠서를 ‘소혀’ 안쏠림을 ‘안기울임’ 등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재미있는 것 중에는 불상 뒤에 세워두는 광배(光背)를 ‘빛너울’, 추녀 끝에 걸어두는 풍경(風磬)을 ‘바람종’과 같이 순수한 우리말로 고쳐부르는 것도 있다. 이렇게 고친 용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도 있는데 예를 들면 ‘절터’, ‘탑터’, ‘벽돌탑’, ‘무덤간’ 등은 남한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건축에서는 옛날부터 쓰던 용어가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다.


북한의 건축용어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순수한 우리말로 풀어쓴 것, 두 번째는 뜻은 같으나 이름이 조금 다른 것, 세 번째는 전혀 생소한 용어로 고쳐 쓰는 것이다. 반세기 동안의 분단은 많은 건축용어를 이처럼 서로 다르게 만들어버렸다. 생소하게 들리는 것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잘 고친 것도 있다. 이제 남북이 만나 좋은 용어를 함께 사용하여 민족동질성을 찾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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