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산업미술
『김정일 미술론』(1992)에는 ‘산업미술은 쓸모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항목에서 이렇게 산업미술의 중요성이 강조돼 있다.
“산업미술은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에 맞게 주체적 입장에서 발전시켜야 한다. 산업미술에서 기본은 공업미술이다. 여러 가지 기계제품과 생활필수품에 대한 도안을 잘 만드는 것은 제품생산을 늘이고 생산문화를 확립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의상미술과 상업미술 등에 대한 언급도 있다. 특히 상업미술에서는 포장과 상표 도안을 잘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한 언급은 자유세계 시장경제 상품에서의 디자인 경쟁 및 판매 승부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북한에서는 제품 생산을 전제로 하는 산업미술의 범위를 크게 형태미술, 공예미술, 장식미술, 산업출판미술로 분류하며 당의 산업정책과 지도에 따라 ‘다른 나라의 것을 모방하지 않은’ 북한 나름의 다양한 창작을 추구하고 있다. 그 창작도안의 경쟁은 국가미술전람회 출품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의 우수한 도안과 디자인 아이디어는 실용화와 상품화로 이어진다.
『조선미술사2』에서는 1960-80년대 ‘산업미술’의 성과를 “나라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과업이 빛나게 실현되어감에 따라 새로운 발전의 길에 들어섰다”고 서술하면서 다음과 같은 그 시기의 우수 산업미술 작품들을 열거하고 있다.
중공업 제품 형태도안
〈5000톤 급 냉동운반선 형태도안〉(김창민, 1968), 〈대형 여객자동차 형태도안〉(장영환, 1971), 〈‘자주호’ 자동차 형태도안〉(리상원, 1977), 〈‘갱생 78’ 광산용 전차 형태도안〉(리영길, 1978)
경공업 제품 형태도안
〈‘만경대’ 소형만능 재봉기 형태도안〉(리상호, 1970), 〈대형탑시계 형태도안〉(한정숙, 1971), 〈여자용 들가방 형태도안〉(리원희, 1978)
방직미술 도안
〈방직도안〉(리장엽, 1968), 〈목도리감 도안〉(김린세, 1971), 〈다색 단이불감 도안〉(김진경, 1975),
상표도안
〈10가지 이름난 술병 상표도안〉(임승태·김봉일, 1971), 〈물고기가공품 상표도안〉(김정식, 1977), 〈포도술 상표·포장지도안〉(리성국, 1977)
그밖에 국제친선전람관의 외부장식과 만경대예술극장의 내부장식 등 기념비적 건축장식미술에서도 새로운 발전이 많았다고 『조선미술사』는 서술하고 있다.
<필자 : 이구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