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저서, <주체문학론>
북한 문학하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 문학계 내에서 고정적인 창작방법으로 정착한 것은 1947년 무렵이다. 물론 이 무렵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직접 논의되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고상한 리얼리즘이란 용어가 통용되었다. 고상한 리얼리즘이 당시 제기된 데에는 북한의 독특한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여야 한다.



해방 직후 북한은 토지개혁을 비롯하여 다양한 개혁을 했는데 이것은 밑으로부터의 요구와 실천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 해방이 조선 민족 스스로의 싸움에 의해서 쟁취된 것보다는 소련을 비롯한 연합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혁 역시 일반 민중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힘에 의한 것이기보다 국가가 위로부터 시행한 것이다. 이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일반 민중들에게 국가가 행하는 제반 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선진적인 제도와 후진적인 의식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것 중의 하나가 민중들의 의식개혁이었고 이를 위해서 문학이 해야 할 역할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되었고 문학가들은 이러한 역할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새로운 제도의 개혁 속에서 앞서나가는 인물들의 삶과 실천을 재현하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방식을 택하였다. 긍정적 모범의 감화 교양을 문학의 중요한 기능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바로 이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고상한 리얼리즘이다. 고상한 품성을 적극적으로 재현하여 일반 민중들에게 널리 교양하는 것이다. 전후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이 고상한 리얼리즘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불리워지기 시작하여 이후 북한의 공식적인 창작방법으로 고정화되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 문학계 내에서는 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구체적 성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의 교환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관철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대신에 주체적 리얼리즘이 논의되기도 하였지만 폭넓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한 상태이다. 현재는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주체적 리얼리즘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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