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의 탈북 여성들
 
<프롤로그>

<녹취> 탈북여성 : “하나원에서 교육받을 때는 진짜 크게 희망 품고 나왔죠. 그 때는 그랬는데 현실에 부딪혀 보니까”

<녹취> 탈북여성 : “회사에서 170 버는 것 보다 300 버는게 낫잖아요. 이런 노래방 뛰고 시간재고.. 우리는 가게하고 반반이거든요…”

<녹취> 탈북여성 : “이런 일 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걸 알지만 그런데 저는 형제도 다섯이지만 다는 못 데려와요. 그정도 하려면 제가 일을 얼마나 해야겠어요.”

<녹취> 동네주민 : “여기 밤에 나와 있어봐. 대단해. 아줌마들 나와가지고 싸움나고 난리나. 신랑들 끌어들여서 만나고 하니까 난리친다고..”

<오프닝>

이 곳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 수 년 전부터 낯선 여성 수십 명이 함께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배달하고, 노래방에서도 술집에서도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이 여성들을 찾아 이곳으로 옵니다. 

짐작하시는대로 ‘티켓다방’이야깁니다.

그런데 업주도, 일하는 사람도 대부분 탈북여성입니다.

목숨을 걸고 굶주림에서 탈출한 여성들이 정착한 ‘티켓다방’. 이들을 찾는 마을 남성들.

왜 이 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리포트>

오전 10시.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횟집과 음식점들이 장사 준비에 나서는 시간..

이 시장에서 음식점보다 먼저 영업을 시작하는 곳이 있습니다.

언뜻 젊어보이는 여성들이 하나 둘 출근 합니다.

<녹취> 동네주민 : “시골에 아가씨들이 아니고 아가씨들이 어려야 38~9살이고, 다 40대 중반이에요”

곧이어 남성들이 이곳을 드나듭니다.

<녹취> 동네주민 : “포도 농사짓고 이제 끝났잖아요. 돈이 있잖아. 노인네들 주로 돈보고.. (노인네들이라고 하면 50대?) 50대는 젊죠. 50대도 있고 60,70 뭐..”

평범해 보이는 시골 다방들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커피 가방을 들고 배달을 나가는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아침시간인데 남자가 모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여성도 있습니다.

다방에서 나온 또 다른 여성, 먼저 나온 남자가 모는 트럭에 올라탑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모텔입니다.

<녹취> 탈북여성 : “어서오세요. 어디서 오셨는데 그렇게 추워요?. 오빠는 서울에서 왔네.”

어딘가 다른 말투.

<녹취> 탈북여성 : “여기 사장님부터가 다 북한인이에요 (언제 오신거에요?) 온지 얼마 안됐어요. 2년 안됐어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여성입니다.

<녹취> 탈북여성 : “아가씨는 10명 정도 돼요. 북한 사람들이 다 여기있어. 아니 내가 처음에 왔을 때 구경을 온거야. 북한사람이라니까…”

이야기를 주고받다 여성쪽에서 먼저 노래방 이야기를 꺼냅니다.

<녹취> 탈북여성 : “(지금은 노래방 안하잖아요?) 하죠. 하는 데도 있죠. 열라면 열어요 (놀려면 뭐 어떻게 놀아야 돼요?) 2만5천원이에요 (시간당?) 네”

한 시간에 2만5천원을 주면 노래방에 가서 함께 놀아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역시 탈북여성들이 일하는 인근의 다른 다방.

이곳은 조금 더 노골적입니다.

<녹취> 탈북여성 : “2차(성매매)를 원하는 거잖아 (알어?) 그 얘기지. 그러니까 (그럼 노래방 가서 놀고 하는 거라고? 2차는 어떻게 되는데?) 그거는 놀다가 이야기 하면 되잖아요”

자리는 그대로 노래방으로 이어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성매매 흥정까지 연결됩니다.

<녹취> 탈북여성 : “(10만원만 하면 돼?) 안돼. 기본이 OO(만원이)라고. 그거 안주면 안가요. 밤 새고 이런 건 OO만원이고..”

노래방과 술집에서도 손님이 원하면 이 여성들을 불러줍니다.

<녹취> 술집주인 : “(이모 아가씨 좀 불러주세요) OO다방 밖에 몰라. OO다방 주인 바꼈다는데. 같은 북한인인데 바꼈다는데…”

30여분 뒤 이른바 ‘콜’을 받은 다방 여성들이 차례로 술집으로 들어옵니다.

<녹취> “어.. 오빠 왔구나.”

이 탈북여성들이 일하는 곳, 커피 배달에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이른바 ‘티켓다방’입니다.

이 작은 마을에만 수십 명의 탈북여성들이 4~5개의 다방에서 이런 식으로 ‘티켓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동네주민 : “추정해 보면 거의 40~50명 됩니다. 계속 들어오고 물갈이 하고 그러죠”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탈북여성들의 존재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인터뷰> 동네주민 : “여기 밤에 나와있어봐 대단해. 아줌마들 나와가지고 싸움나고 난리나. 신랑들 끌어들여서 만나고 하니까 난리친다고..”

<인터뷰> 동네주민 :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거지.. (단속 안 해요 경찰에서?) 단속 안 해요. (왜요) 몰라요”

경찰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파출소 관계자 : “우리도 알고 있어요. 우리도 성매매하고 티켓다방 한다는 거 알고 있다니까요. 음성적으로 자기들이 하고 현장 안잡으면 부인하면 그만이에요.”

사선을 넘어 온 이 탈북 여성들은 왜 ‘티켓다방’에 정착했을까요?

<인터뷰> 탈북여성 : “횟집에 다녀봤댔잖아? 130, 150만원이야. 그걸 내가 (북한)집에 보내주고 내가 나가는 돈 있고 하다 보면 내가 남는 돈이 어디 있어. 어디 나중에 살려면 나도 뭔가 있어어야 되잖아”

<인터뷰> 탈북여성 : “나는 이렇게 무사히 왔는데 내 가족들은 뒤(북한)에 있잖아요. 그게 막 라면 먹으면서도 목에 안넘어가요”

이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탈북여성 : “회사에서 170 버는 것 보다 300버는게 낫잖아요. 노래방 뛰고 시간재고 우리는 가게하고 반반이거든요. 그렇게 해도 400벌어요. 우리는 거의 15시간 16시간 그렇게 일을 한다고 보면 돼요”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2만8천여 명.

이 가운데 70%인 2만 명이 여성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 “남성보다 여성이 어떤 서비스 업종이라든지 이런 경제 활동에서 조금 더 많은 유인책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탈북 하는 쪽에서의 경제적인 이유와 탈북을 유인하는 쪽에서 남성보다 여성을 더 선호하는 이런 두 가지 측면이 결합되면서…”

입국 당시 기준으로 이 여성들의 75%가 2,3,4십대. 80% 이상은 북한에서 단순 노동이나 가사에 종사했고, 70%의 학력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수준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 “서비스 업종 음식점이라든지 숙박업소라든지 이런데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이것으로써는 탈북을 했을때 꿈꾸었던 보다 인간다운 잘 살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 가운데에서 성매매 산업 이런 쪽의 유혹을 이기기가 어려운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8년 전, 서른여섯 살에 어린 딸을 데리고 탈북한 김 모씨.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고용주에게 주어지는 정부지원금이 끊긴 뒤 해고됐습니다.

그리고는 티켓다방에서 3년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2007년 탈북) : “한 두 달 정도 쉬다보니까 이미 조금 벌어놓은 것도 다 쓰고 애는 또 한 살씩 먹어가고 하니까 친구가 거기가면 돈이 된다고 해서…”

이미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매매 산업에 취약계층인 탈북여성은 누구보다 쉽게 노출되고 또 쉽게 빠져듭니다.

<인터뷰> 김 모씨 : “처음엔 많이 놀랐죠. 그런 걸 내가 해도 되냐. 이런 생각에 너무 놀라서 한 번만 가보자고 너무 그래서 따라가긴 했는데 근데 뭐 어차피 여기서는 다른 길은 없고…”

<인터뷰> 신난희(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 교수) : “북한을 나와서 중국을 거쳐서 한국가지 온 전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봐야될 것 같고요, 그걸(성매매를) 통해서 돈을 벌수 있다는 개념을 갖게 되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티켓다방’ 소개는 탈북여성에서 탈북여성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심 모 씨(2005년 탈북) : “그 먼저 온 사람들이 벌써 이야기를 해줘요. 회사 다니면 돈도 안되는데 어떻게 하냐. 그리고 니 가족 데려오고 니 동생들 데려오고 그렇게 하겠다 하면은 돈 쥘 수 있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죠. 안성, 화성, 평택, 용인, 그리고 여기(안산)가 제일 많아요”

새터민들은 정착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임대주택을 지원 받습니다.

하지만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 대부분은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방이 제공하는 숙소에 머뭅니다.

<녹취> 탈북여성 : “자기 동네에서 이런 일 하겠어요? 이런 일 하는 거 몰라요. 제가 다 회사에서 일하는 줄 알아요”

탈북자 개개인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전담경찰관이 있지만 불법 티켓다방에 종사하는 이들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심 모 씨 : “그저 전화 통화나 하는 정도지.. 물어 봐요. 물어는 보더라고요. 물어보면 다른 거 알바같은 거 (한다고..)”

<인터뷰> 정재남(경기경찰청 보안계장) :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 차별한다는 비난 우려가 있어서 별도의 현황 관리를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지원 체계에 현실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여성들의 구성비가 높아졌다는 얘기는 계속 들었는데 그것에 따라가는 성 인지적인 또는 인권친화적인 탈북 정착 정책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지금 많은 탈북 여성이 국내에 들어와서 사회정착, 경제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장밋빛 꿈을 꾼 그녀들.

<인터뷰> 김 모 씨 : “하나원에서 교육받을 때는 진짜 뭐 크게 희망 품고 나왔죠…그 때는 그랬는데 현실에 부딪쳐 보니까…

<인터뷰> 심 모 씨 : “사실은 있잖아요. 나도 같은 북한 사람이고 같은 사람의 양심으로 볼 때는 참 불쌍해요. 눈물나요 내 자신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그런 그녀들을 어쩌지 못한 채 멍들어 가는 마을.

<인터뷰> 동네 주민 : “그건 뭐 걔들도 먹고 살아야 되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고 그거지 다른 건 없잖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2만 8천여 새터민들이 어떻게 정착하고 또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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