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새판짜나? (2015.08.30)

 
 
남북관계 새판짜나?

 
 
 
<프롤로그>

<녹취>구홍모(합참작전부장) :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녹취>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 : “군사적 목적을 필요로 했다면 막강한 화력 수단을 이용하였지 3발의 지뢰 따위나 주물러댔겠는가.”

<녹취>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 것 입니다..”

<녹취> 김관진(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오프닝>

남북의 벼랑 끝 대치 속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았던 이곳 접경 지역이 이젠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북측의 지뢰 도발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일단락 되면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중단됐던 남북 대화 채널이 다시 열리고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의 물꼬도 트이고 있습니다.

도발에서 협상 타결까지 숨가쁘게 전개된 이번 사태의 의미를 되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연천의 한 육군 사단, 팽팽한 긴장이 감돌던 군 부대에 모처럼 활기가 넘칩니다.

군 복무를 마친 부대원들의 전역식입니다.

전역자 3명에게는 표창도 주어졌습니다.

이들은 북한군과의 극한 대치 속에 전역을 연기했다 뒤늦게 부대를 떠나게 됐습니다.

올해 24살의 문정훈 병장, 뜻밖의 표창과 사회적 관심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문정훈(병장) : “부모님께서 제가 군인이다 보니까 걱정이 돼 반대를 하셨는데, 얼떨떨하긴 하지만 저는 당연한 선택을 했을 뿐이었고, 엄청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문병장은 최전방 부대에서 20개월 넘게 기관총 사수로 복무했습니다.

북한군이 추가 도발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후배 부대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문정훈(병장) : “분대장도 있지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분대장 역할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해당 부대장은 위기 속에서 동료애를 발휘한 부대원이 자랑스럽습니다.

<인터뷰> 김태희(중령) : “그날 전역병사가 같은 날 6명인데 정훈이만 한 걸 봐서 시킨 것 같지는 않고요. 기왕 할거면 여러 명 하면 좋을텐데.”

문병장 등 일부 전역자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차량을 제공받기도 했습니다.

군은 스스로 전역을 연기한 80여 명의 병사들에게 예우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인터뷰> 이순자(문병장 할머니) : “건강하게 돌아와 고맙다.”

최전방에서 복무한 남해성 하사도 뒤늦은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정든 부대를 뒤로하고 집에 돌아온 밤, 모자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인터뷰> 감개성(남하사 어머니) : “자기가 맡은 임무에 충실한다는 그 마음이 너무 뿌듯했어요. 마음은 졸이면서도 나라를 지킨다는 아들의 마음이, 그 신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대학에 다니다 입대했던 남씨는 위기 속에 피어난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인터뷰> 남해성(하사) : “군대에 있을 때는 군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전역 했으니까 대학교 공부에 치중하려고 생각중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기는 접경지 주민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른 새벽 참깨 밭을 찾은 최찬규 할아버지, 한동안 돌보지 못했던 경사지에서 밭매기를 합니다.

<인터뷰> 최찬규(경기도 연천군) : “그러니까 안전하기는 여기가 안전하지. 연천 뒤에 같은 경우에 불안한 거는 없어요. 불안하다는 마음을 가지면 불안한 거고.”

경기도 연천군 옥계리와 삼곶리 주민은 모두 7백 여명, 북한 도발 당시 대부분 농사 일로 바쁠 때였지만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기꺼이 감수해왔습니다.

<인터뷰> 김석표(경기 연천군청) : “저희 군청에서는 굉장히 지역주민들이 고맙고, 연로하신 데도 불구하고 대피에 적극 동참하신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북한 내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포격 도발 직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섰습니다.

대남 적개심을 높이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섭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우리 인민의 분노를 모두 합쳐 놈들에게 똑똑히 되갚을 때가 도래했다고..”

<녹취> 북한 주민 : “우리 본때를 보여주자는 이런 원수격멸의 목소리가 심장 속에서 끝없이 울려가고 있습니다.”

준전시상태 선포와 함께 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예전과 다른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정은이 포격 도발 당일 한밤중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이를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포병 책임자 등 참석자 얼굴까지 낱낱이 공개되면서 북한 군 수뇌부의 움직임이 상당 부분 노출됐습니다.

<녹취> 김광진(국가전략안보연구위원) : “좌석배치는 어떻게 돼 있고 어떤 낸용들이 토의가 됐는지 참가자들의 표정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북한이 큰 실수를 했다고 보여집니다.”

총동원령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잦은 동원령에 지치거나 위기감이 무뎌진 탓으로 분석됩니다.

<녹취> 도희윤(행복한 통일로 대표) : “일사불란하게 정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내부적으로는 전기도 안들어오는 상황에서 자포자기 내지 습관처럼 돼버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요.”

지뢰 도발 이후 발뺌하던 북측을 이처럼 혼란에 빠뜨린 주역은 대북 확성기 방송입니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노래부터 북쪽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까지,

<녹취> 대북 확성기 방송 : “김정은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북한의 통치자가 된 것이 아니다.”

최전방 지역의 북한 장병과 주민들에게 남북의 실상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북한 인민군으로 금강산 인근 부대에서 복무했던 김성민씨는 거의 매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접했습니다.

<인터뷰> 김성민(1999년 탈북) : “한국에서 승용차 천만 대 생산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천만 대에 대한 개념이 안생겨요, 저는. 어떻게 승용차가 천만대가 생기지? 저거 거짓말이다 했다가 하도 듣다 보니까.”

처음엔 의심했지만 계속 듣다보니 마음이 움직였고, 결국 북한을 탈출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김성민 : “내가 진짜 이래야 되나. 정말 땀 흘리면서 행군도 해야 되고 훈련도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틀림없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뒤에 탈북을 하게 되는데 탈북할 때 이 대북방송이 첫번째로 생각났어요. 오라 그랬지. 자유를 찾아서.”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이 최전방 지역 북한군을 대상으로 한다면 탈북 단체나 국제기구 등의 라디오 방송은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인민군 정치장교 출신으로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체험한 최정훈씨는 남한으로 넘어온 뒤 김씨와 함께 대북 방송에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최정훈 :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김정은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씨가 대북 방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소위 북한의 최고 존엄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최정훈(2007년 탈북) : “남쪽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을 대놓고 비난을 하고 비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하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김일성, 김정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차츰 가지게 됐어요.”

지뢰 도발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에 허를 찔린 북측은 고사포로 추가 도발에 나서며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 : “처음에 그걸 한다고 했을 때 뜬금없이 그런 거나 하냐, 그게 북한이 아파하겠느냐 했지만 실제 보면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것이고 김정은의 심장을 조준한.”

하지만 북한의 포격 위협에도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9시 뉴스 : “남북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나타나던 사재기도도 없어서 대형마트마다 라면과 생수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예비군들의 참전 의지는 SNS를 통해 더욱 타올랐고,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대응에 북측은 거짓 선전전을 벌여야만 했습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 TV : “예비군 훈련에 동원되었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훈련장을 이탈하여집으로 도망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민과 정치권의 성숙한 대응은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라는 정부의 원칙에 버팀목이 되면서 협상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교수) : “과거 해상 도발의 경우 우발적인 충돌로 인해 서로 잘잘못 책임전가 논쟁이 있었는데 이번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공격에 의한 도발이 보다 육하원칙에 의해서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이견이 최소화됐다…”

나흘동안 43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협상은 양측 모두에 의미있는 결과를 안겨줬습니다.

지뢰 도발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뿐 아니라, 남북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은 꽉 막혔던 교류의 물꼬를 터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짤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을출(교수) : “대화와 타협으로 국면을 타개했다는 점도 상당히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앞으로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그런 중요한 국정목표를 가진 정부 입장에서 그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데도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인터뷰> 문정인(교수) :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고 김정은도 그렇고 결국에는 자제력이 있다. 파국은 피하려고 한다. 어떻든 간에 대화를 통해서 결과를 얻어내려고 한다. 이거는 상당히 중요한 발견이거든요. 그런 자세를 두 정상이 유지하는한 우리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있죠.”

극한 대치 속에서 피어난 남북 화해의 불씨, 이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금석은 다음달 추석을 계기로 약속한 ‘이산가족 상봉’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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