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북한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통제와 조직생활의 변화의 핵심은 개인주의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조직생활의 약화, 집단주의 가치관의 약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개인주의의 확산이 집단주의의 대체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경제위기로 인해 생존의 문제에서 학교 교육의 파행, 주민 유동성의 증가, 당과 조직생활의 이완, 사상적 통제의 이완 등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는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 물리적 통제일 가능성이 높지만, 사회화와 재사회화, 정치사회화의 과정이 한 순간에 붕괴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은 정치, 이데올로기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대외관계의 측면 모두에서 발견된다. 즉, 인민적 통치와 물리적 통제의 공존과 분단체제로 인한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는 결속력 증대 및 지도부의 통제 강화라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조건이 자리하고 있으며, 경제적 평등주의, 유교적 전통과 집단주의 체제의 발전 역사, 반미 이데올로기 및 최소화된 대외 교류 등의 조건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90년대의 위기가 북한의 사회체제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체제붕괴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조심을 요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현재의 남북관계와 미래의 통일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아래에서의 변화를 분석하는 주요 개념 도구로서 사용되는 ‘제2사회’는 통합된 사회의 균열된 사회로의 이행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포섭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SULNAM을 적용하여 북한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의식의 단층’이라는 개념을 통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의식의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의 북한 변화가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만, 혹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논의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북한 사회는 근본적인 체제의 변화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2000년대 들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개혁개방이 심화될수록 과거의 사회통제 체제는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사회통합의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추정은 너무 단순한 가정에 근거한다. 중국의 경우, 개혁과 개방의 결과 ‘51%의 사회주의’ 혹은 ‘중국식 자본주의’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중앙집권적 동원 능력과 경찰 및 군사조직에 기초한 국가권력의 통제력은 강력하게 남아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재조정을 통해 국가와 시민사회간의 자율화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이는 현재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개혁․개방이 심화되더라도 섣불리 사회통합의 위기를 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북한의 사회통제와 사회통합은 점차 안정화되어 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화가 지속되고 제도적으로 안착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있다. 또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에 대한 국가의 계획적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현재의 변화된 사회통제와 사회통합은 과거에 북한이 보여주었던 원칙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일정하게 수용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통제의 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되었지만, 여전히 변화의 과정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구축해왔던 집단주의적 사회통합 질서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현재 보이는 개인주의의 강화 현상, 물질적 이윤에 대한 강조와 관심의 증대가 집단주의적 가치를 당장에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실리주의(혹은 실리사회주의)에 따른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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