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탈북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숨을 거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탈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탈북동포의 발생 원인은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북한 체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탈북을 유도하는 외부 요인도 점차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배가 고파 북한을 탈출하는 것이 탈북의 가장 큰 원인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계속된 북한의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1995년 이후 계속된 수해와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의 가중이 탈북을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북한의 배급체계가 점차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식량 및 생필품을 개인 능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주민들은 탈북을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둘째, 증가하는 외부 정보의 유입이 탈북 현상을 점점 부추겼다.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탈북을 촉진시켜 왔는데, 조선족 보따리 장수, 해외교포들의 북한 방문, 해외 경험을 한 유학생과 파견자들이 전하는 바깥 세상 이야기가 탈북 결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하려고 탈북했다가 돌아온 주민들의 경험은 탈북 현상을 촉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몰래 청취하고 있던 KBS 사회교육방송의 영향도 탈북 결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탈북동포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 속에서 야기된 사회기강의 해이가 탈북을 가속화시켰다. 먹고사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북한 사회전반에 확산되면서 뇌물 수수·경제범죄 등이 만연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적 경제활동이 발각될 경우 처벌이 두려워 탈북을 감행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경제난 속의 사회일탈현상은 기존의 체제통제능력까지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느슨해진 주민통제를 틈타 탈북-밀입북-재탈북은 점차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넷째, 미리 탈북한 가족이 다른 가족의 탈북을 조장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났다. 먼저 탈북한 사람들이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제3국으로 탈북시키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면서 단독 탈북이 가족동반 탈북 현상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예전의 남성 위주에서 여성의 비율이 오히려 더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탈북 연령도 젊은 층에서 다양한 연령층으로 바뀌고 있으며, 가족 동반으로 인해 노년층과 유아의 탈북 비율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다섯째, 탈북 현상에 해외 파견 근무자들이나 벌목공의 탈출이 가세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에서 목격한 현실이 당사자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결과이기도 하지만, 경제난이 이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간 환경적 요인도 한 몫을 했다. 해외 공관의 자금난과 공관원들의 궁핍한 생활, 마약 등의 밀수·밀매 및 위조 미화의 제작·유통, 공관내 조직원들의 갈등 증폭 및 상호 감시·밀고, 강제송환 등은 해외 근무자들의 망명을 초래해 왔으며, 외화벌이 사업을 하다 한국 상사원이나 선교사들과 접촉한 경우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탈북을 시도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해외 체류자를 대상으로 소환 및 재교육을 실시하는 응급처방을 실시했으나 해외 근무자들의 가치관 변화를 기존의 통제장치만으로 차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섯째, 최근 들어서는 단순한 생존을 위해 탈북하는 사례와 함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탈북하는 경우도 눈에 띠게 늘고 있어, 탈북 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대응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탈북동기의 변화는 북한 체제의 변화 전망과 직결되는 중요한 징후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탈북동포를 양산해내는 탈북 현상은 북한체제의 상황, 주변국의 탈북자 정책, 한국 정부의 입장, 탈북동포 자신의 인식 변화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1. 탈북자는 왜 발생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