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형법에는 “국경을 비법적으로 넘나드는 자에 한해서는 2∼3년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적 정탐기관에 국가기밀을 넘겨주었거나 조국을 배반하고 남한이나 다른 나라로 도주하려는 자에 한해서는 10∼15년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의 적용도 탈북 현상이 적었던 1980년대 말까지만 해당되었을 뿐, 1990년대 들어 탈북 현상이 가시화되면서부터는 식량이나 물건구입으로 1회 정도 탈북하는 주민들에 한해서는 모두 교화소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 관대하게 처리해 왔다. 또 2∼3회 이상 탈북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로동교화소’에 보내거나 2∼3개월 동안 ‘로동단련대’에 보내 강제 노동을 시켜 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탈출이 증가하고 탈북동포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자 북한 당국은 주민통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1993년부터 사회안전성(현 인민보안성) 경비대 외에 인민무력부 병력을 국경 지역에 증강 배치하는 한편, 1995년 국경지대를 ‘전선지대’로 선포하고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10군단’을 창설하는 등 국경경비를 강화해 왔다. 또한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의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탈북자 체포 활동에 주력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 요원과 현지 공관원 등 3∼4명으로 구성된 ‘체포조’를 편성하거나 ‘국가안전보위부 그루빠’를 현지에 파견하여 탈북자 색출·체포·송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런 사전 조치와 경계강화에도 불구하고 탈북 현상이 줄어들지 않고 지속되자 국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탈북자들의 귀환을 유도하는 회유조치도 취해 왔다. 예컨대, 국경지역 주민들에게 ‘조국 배반자들의 실태’라는 교육 비디오를 통해 “남한으로 귀순할 경우 정보를 캐낸 후 잔인하게 살해한다”는 등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회유성 조치로 귀환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처벌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북한 당국은 송환된 탈북자들을 초기에는 정치범으로 간주해 정치범수용소에서 특별관리하고 가족들을 통제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등 매우 엄한 처벌을 내렸다. 그러나 탈북자의 수가 급증하자 탈북 이후 체류기간과 탈북동기에 따라 처벌 강도를 달리하는 등 탈북자 처리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탈북자 처리 지침이 하달된 1997년 9월 27일 이후에는 보위부 및 사회안전원 집결소에서 관리해야 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9.27 구호소’(꽃제비 수용소)에서 일정 기간 수용 후 석방하는 등 처벌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1998년 2.13 조치 이후에는 식량을 구하려고 국경을 이탈한 주민들을 출신 지역별로 분류하여 국경지역 주민들은 가볍게 처벌하고, 황해도 등 내륙지방 주민들은 조국을 배신한 자로 규정, 정치범으로 처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탈북자의 가족에 대한 처벌 수위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탈북자 급증 사태에 대응하여 북한 당국이 처벌을 완화하는 것이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동포들에게는 난민 지위를 획득하는 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1998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조국과 인민에 대한 배반죄’(구 헌법 제86조)를 삭제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보여 왔는데, 이것이 탈북동포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갈 경우 받을 인신 구속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해석되어 국제법적 차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튼 북한은 최근 식량사정으로 단순 월경할 경우 가볍게 처리함으로써 재탈북 현상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먹을 것을 찾아 불법으로 월경하는 주민을 모두 체제의 배반자로 낙인찍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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