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체류하는 탈북동포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거주 계기를 갖고 있는데, 그 첫째 유형이 친척 또는 아는 사람을 찾아 나선 경우이다.
식량난 속에서 탈북동포들은 중국에 친척이 있을 경우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지만, 중국에 있는 친척들도 경제력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때마다 찾아오는 북한의 친척을 도와주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1998년 이후 부쩍 많이 증가한 형태로서 무작정 월경하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1997년 이후 식량사정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중국에 연고자가 없는 사람들도 무작정 국경을 넘어오면서 나타난 유형이다. 그러나 국경 지역에 있는 넉넉지 않은 중국 조선족들이 탈북동포를 돕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 공안이 단속을 강화, 탈북자를 보호하거나 일을 시킨 사람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의 일년 벌이에 해당하는 고액의 벌금을 물리고, 탈북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기 시작한 후부터는 무작정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이제는 용이한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식량난을 피해 중국에 와서 일자리를 찾는 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것도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다음 증언은 연고자가 있는 경우라도 중국 체류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중국에 계시는 외삼촌 집에서도 근래에는 련계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매 번마다 달라고 우는 소리만 하니 중국에 계시는 친척도 맥이 진하여 련계를 하기 싫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집식구들이 다 굶어 죽게 되니 할 수 없어 도강하여 외삼촌 집을 겨우 찾아가 보니 지난해 농사가 전혀 되지 않아서 자기 집 식구들의 식량도 모자라서 외삼촌 동생은 시내에 들어가 보이라 불을 때는 일을 도우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이제 더는 외삼촌의 도움을 받지 못할 형편이 되어 일거리 찾아서 집으로 나갈 준비를 하려고 하여도 일자리를 찾기 힘듭니다.”(40세 여성, 함경북도 명천군 출신)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 여성들 가운데는 결혼형태로 거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식량난이 장기화되면서 북한 여성 중에는 중국에 시집가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중국에 왔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여성뿐 아니라 남편과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들도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하지는 않지만 이런 거주 형태를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여성들은 소개로 만나 사는 경우도 있고, 인신매매에 의해 강제 결혼하여 사는 경우도 있으나, 인신매매에 걸리게 되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팔려가게 된다. 이들 중에는 비인간적인 강제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도망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허다하다. 이들은 가족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으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생활을 하면서, 먹는 것은 걱정이 없지만 마음만은 ‘조국’에 있을 때가 훨씬 편안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음은 중국 체류 중인 어느 탈북여성의 가슴 아픈 증언이다.
“저는 양식이라도 구하려고 중국으로 도강해 왔다가 소개로 중국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그것도 공개적이 못 되고 남의 눈을 피하여 숨어서 살아가야 하는 형편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저는 세 살 난 아이를 영양 부족으로 잃어버리고 남편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 중국 땅에 와서 이렇게 비법으로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붙잡혀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시 밥 한술이라도 배불리 먹으려고 한 일입니다. 요즘에도 조선에서 많이 건너오고 있는데 우리 마을에서도 중국 사람과 결혼한 사람이 다섯이나 됩니다. 말을 몰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합니다.”(32세 여성, 함경남도 함흥시 출신)
이와 같이 중국에서 체류하는 탈북동포들은 심한 긴장과 신변 불안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8. 중국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