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CR에 따르면, 전쟁과 학살, 박해 등을 피해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 각지를 떠돌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5,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그 숫자가 증가일로에 있다. 이들 중 1,040만 명 정도만이 2002년 말 현재 1951년 난민협약과 1967 난민의정서에 준거하여 국제사회의 도움과 보호대상인 ‘공식’ 난민이다. 아래표에서 보듯 이 수치는 1980년 844만 명 정도였던 난민수가 점점 증가하여 1992년 1,780만 명에 이르렀으나 이후 그 수가 점차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협약난민 수는 줄어들었지만 UNHCR의 보호대상이 되는 수는 2천만 명이 넘게 집계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비호국 정부들의 난민인정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외국으로 탈출하는 난민의 숫자보다 국경선을 빠져나가지 못해 국적국 내에 갇혀버렸거나 국내에 남아서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유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 이하 국내유민) 및 ‘경제난민,’ ‘환경난민’ 등 비정치적 난민들이 크게 늘어나 세계 난민문제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한 주권국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내유민들에 대한 상황은 해당 정부의 사실부인 및 비협조 또는 유리된 사람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 부재로 인해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2,000∼2,50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유민들은 유엔이 인정한 난민들과 똑같은 이유로 고향을 탈출하였다 하더라도 국경선을 넘지 못한 채 자국 내에서 유리되어 있기 때문에 난민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지 협약난민은 아니다.



한편, 가난과 환경파괴, 정부의 자연재해 방지 및 대처능력 결여가 맞물려 ‘떠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처하게 된 취약그룹들도 자신들의 거주지를 떠나게 된다. 이때 이들 대부분이 정착하게 되는 곳은 생태학적으로 더 한층 살기 어려운 변두리 지역이나 이미 초만원이 된 도시지역이다. 이렇듯 환경변화로 인한 유민들의 숫자가 협약난민들의 숫자를 상회하고 있으며,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의 2000년도 연간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까지 약 1억 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소위 ‘환경난민’으로 규정하여 난민의 범주에 의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환경유민들에 대한 국제법상 난민처우문제는 논의차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환경변화로 인하여 국내에 유리되거나 국경을 넘는 환경유민들의 숫자는 공식 난민의 숫자를 웃돌고 있으며 그 규모가 증가추세에 있다.



이렇듯 국내유민들이나 환경유민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겪는 고통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이들에게도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난민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UNHCR이나 유럽연합인도국(ECHO: European Commission Humanitarian Office) 및 국제구호기관들은 난민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UNHCR은 비호신청자, 귀향난민(returned refugees) 및 국내유민들의 일부를 「UNHCR의 보호대상이 되는 사람들」로 명명하였는데, 2003년 1월 현재 협약난민을 포함하여 약 2,056만 명(전 세계 인구 300명당 1명꼴)이 이에 해당한다. 아래표에서 보듯 UNHCR의 보호대상이 되는 자들은 아시아에 938만 명, 아프리카에 459만 명, 유럽에 440만 명 등 세계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이중 절반 정도만이 협약난민들이다.



그러나 냉전이후 더욱 심각해진 대량(정치)난민사태에 대응할 지원체제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UNHCR을 포함한 국제기구들이 환경난민 등 비정치적 난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다루기에는 시간, 인력, 재정 면에서 역부족인 실정이다. 사실 유엔난민협약체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1년 제정된 제 1회 세계난민의 날인 6월 20일, UNHCR은 난민지원체제가 위기상황에 놓여있다면서 각국 정부의 난민들에 대한 선처 및 난민지원자금 증액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비정치적 난민, 특히 환경난민이란 그 개념상의 광범위함이나 모호함 때문에 이들을 유엔 등이 인준하는 국제법상의 공식난민으로 규정짓는 것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왔는데, 이는 선별적이지 못한 난민지위부여가 난민문제해결을 위한 기존의 노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UNHCR은 정치적인 이유가 탈출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닌 사람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할 경우 비정치적 유민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는 국제법상 선례를 만들게 되어 세계도처의 수많은 비정치적 비호신청자들이 난민지위를 요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한편, 난민지위부여문제는 원칙적으로 난민이 체류하고 있는 접수국ㆍ비호국의 주권 사항이다. 전쟁 및 무정부상태 등으로 인해 비호국 정부의 난민판정 수행여부가 불가능하거나 비호국 정부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UNHCR은 난민결정절차에 관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설혹 UNHCR이 특정 개인이나 그룹에게 난민판정을 내려 국제법적 보호를 부여한다 하더라도, 불법체류자로서 강제송환 위기에 놓여있는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에서 잘 살펴볼 수 있듯이 난민들의 운명은 비호국의 재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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