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자들의 탈주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탈북러시가 독일통일로 이어진 1989년 동독인들의 대탈출에 비교하는 언론보도나 학자 및 시민 단체들의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독일통일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 바로 동독인의 탈출이었기 때문에 탈북 현상 역시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북한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문제를 동독 이탈자 문제와 동일하게 보는 것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탈북자와 동독난민은 수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2002년 6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000명을 밑도는 반면 독일 분단 40년 동안 서독으로 넘어간 동독인들은 총 5백 10만 명에 달하였다. 또한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서독을 방문한 동독 주민들이 연간 5백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동독주민의 이탈현상은 동독사람의 서독 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발생했다기보다는 양독간의 상호방문이 허용된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탈북자문제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한편, 독일통일은 유럽통일과 궤를 같이할 뿐 아니라 독일 통일의 과정은 1985년 시작된 소련의 개방개혁정책의 여파로 불어닥친 동구의 자유화바람과 더불어 본격화되었다. 또한 유럽의 주변국가에 비해 서독 자체가 강대국이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고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역내 강대국으로 건재한 상황이며 동북아시아에는 지역주의도 취약하다. 더욱이 동독 공산주의 붕괴가 동독인들의 대탈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주지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정부는 탈북행렬이 급증할 경우 북한의 미래에 관해 중대한 영향(예: 체제위협 혹은 붕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북한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대량 탈북사태를 방지하려고 대(對)탈북자 강경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통합경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의 역할은 우리 정부가 어떠한 태도로 이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에서 동독난민문제에 주목해 볼 만하다. 즉 동독 주민들의 탈출러시가 급증하게 되자 서독정부의 개입도 본격화되었는데, 서독정부는 모든 협상에서 서독의 유일한 관심은 동독이탈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지 동독난민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유럽 및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에 반해 탈북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은 재외 탈북자들 중 일부는 정부가 앞장서서 입국을 유도하는 반면 또 다른 경우는 정부차원에서 남한 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탈북자 수용대책안 마련을 통해 국제적으로 우리 정부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동독난민에 대한 서독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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