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는 남북한과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러시아, 몽골,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탈북자의 체류지, 경유지, 희망 거주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의 입장에 따라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것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대량탈북 사태에서는 일본에도 대규모의 북한주민이 유입될 수 있을 뿐더러 북송재일교포와 북송일본인처가 탈북자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난민수용에 대하여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탈북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탈북자들 중 일본 국적을 지닌 사람이나 영주권자(조총련계 재일동포)였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들을 내국인 차원에서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외의 탈북자에 대해서는 지난 2002년 5월 8일 중국 선양(瀋陽) 주재 일본총영사관 진입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에는 50여명의 탈북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60 ∼70년대 북한으로 이주했던 북송재일교포 출신과 그 2세들이다. 이들은 북한난민구호기금 등 일본의 관련 NGO로부터 지원을 받아 일본 입국에 성공하였으며, 일본 정부는 이들이 중국을 제외한 제3국으로 탈출하면 이들의 입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망명신청자가 일본 출생임이 확인되면 본인과 그 가족을 수용하고 있다.
러시아 체류 탈북자는 중국 지역 탈북자에 비해 규모가 작고 UNHCR을 통한 국내 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러시아 지역에서도 탈북자는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 탈북자의 일부도 러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문제라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탈북자 문제를 한·러간의 현안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러시아는 UNHCR과 ICRC(국제적십자위원회)가 국제법에 따라서 처리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협조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탈북자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난민으로 인정하고 보호하기보다는 이들의 한국행을 묵인하는 수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정부는 탈북자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관용정책을 실시하려 하지만 지방정부와 경찰당국은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나 거주허가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러시아 당국은 탈북자의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적절하게 보호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몽골은 지난 몇 년간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을 위한 주요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일부 NGO와 개인활동가를 중심으로 탈북난민 정착촌 건설 예정지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은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매우 비공개적인 방법으로 진행시켜야 하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이슈화되어 몽골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최근 국내 입국 탈북자의 절반 정도가 경유하는 곳이다. 탈북자들은 대부분 중국 입국 후 가짜 공민증을 구입하고, 철도와 육로를 이용하여 이들 제3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 지역 국가들은 북한과 중국을 의식하여 탈북자의 한국행 경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하여 공개될 경우 1998년 언론의 공개로 베트남의 입국 경로가 차단된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제3국’으로 명명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탈북자의 한국행 절차를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정보기관 또는 비공식 조직을 활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 정치권력과 담당기관의 책임자가 교체될 경우 입국 경로가 차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탈북자의 한국행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한국정부에 자국 노동자 파견인원 증대 등 구체적인 경제적 지원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정부가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러시아, 일본, 몽골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탈북자 정책과 시기별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