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자 문제가 국제 이슈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미국과 EU 국가들의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은 탈북자 문제가 국제 이슈화되면서 이들의 지원과 신변안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표명은 주로 의회의 탈북자 및 북한인권 청문회 개최와 인권단체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탈북자의 난민지위 부여를 촉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탈북자의 미국내 수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은 북한인권과 민주화 증진, 북한주민과 탈북자 지원을 위해서 2006년까지 총 2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 할 수 있는 ‘한반도 안보와 자유법안’의 의회 상정과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와 자유법안’은 탈북자의 미국 수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탈북자를 돕거나 탈북자 수용소를 건설하는 비정부 인권기관이나 외국 정부 기관에 2006년까지 매년 2000만 달러씩 8000만 달러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이 베트남 난민에게 적용했던 것처럼 탈북자들에게 망명처 제공과 지원을 보장하는 ‘우선망명(first asylum)’정책을 채택하는 협정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한해 수 만명의 각국 난민에게 부여하는 P-2(Priority-2) 난민지위의 일정 몫을 탈북자에게 할당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2002년 6월 27일 미국의 상원의원인 샘 브라운백(Brownback)은 탈북자에게 P-2 난민지위를 부여하도록 행정부에 촉구하였다. P-2 난민지위는 특정국을 벗어난 난민들에 대해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면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지위로서 현재 미국은 쿠바, 베트남, 이란, 구소련 연방국가 등 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탈북자에 대한 입장은 난민지위 인정과 강제송환 반대, 정착촌 건설 희망, 자국 수용과 비용 분담에 대한 의지표명으로 정리될 수 있다. 미국은 탈북자 문제의 국제 이슈화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가 국제사회에 공개됨으로서 북한을 ‘악의 축’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한 2002년 1월 28일의 부시 연두교서의 정당성을 보강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따라서 대북 강경 정책을 구사하는 부시 행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북한 압박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탈북자의 미국 유입으로 인한 자국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미국의 관련 법률 정비와 관계국가와의 협의 및 조정을 남겨두고 있으나, 탈북자의 인권보호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논의는 송환 탈북자의 북한 내 열악한 인권침해 실태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내 인권개선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탈북자와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대북압박 카드로 활용할 경우 인도주의적 성격이 정치적 성격으로 비화되는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EU는 탈북자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3년 4월 16일 제59차 유엔 인권위원회는 최초로 북한인권규탄 결의안을 채택하여 국제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탈북자 인권 문제를 포함하고 있던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북한 결의안은 EU의 주도적인 역할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EU 의회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중심이 되어 탈북자와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 산하 단체, 그리고 관련 소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대북 수교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EU 국가들은 탈북자 문제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위한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과 EU, 그리고 유럽 국가들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의와 국제적 기구가 신설될 경우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5. 미국과 EU의 탈북자 정책과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