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이들을 수용하되 탈북을 유도하거나 장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남한 정부는 북한 주민이 국내로 오는 것은 일괄적으로 민족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일원으로 처리해 왔으나, 제3국 체류 탈북자에 대해서는 단순히 ‘국경을 넘은 북한주민’으로 간주하여 왔다. 한국은 탈북자에 대하여 김영삼 정부 이후 전원수용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이것은 적극적인 전원 수용 원칙이 아닌 체류 국가의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수용을 의미하는 소극적 수용 원칙이다. 한국 정부의 이와 같은 입장은 다음과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첫째, 전원수용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실적으로 탈북자의 전원 국내 수용은 이들 체류국가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탈북자가 체류하고 있는 중국은 이들의 공개적인 한국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탈북자의 한국행을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적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한국의 통일정책, 대북전략과의 관련성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으로 불리어지는 대북 포용정책이다.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의 정치,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통일정책은 흡수통일 배제를 천명하고 있으나, 탈북자의 전원수용 원칙의 적극적인 실행은 대량탈북을 유도하여 북한의 조기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상호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북 포용정책과 탈북자 전원수용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 및 지원방침은 상호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그리고 현실적인 정책적 수단의 미비를 이유로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보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자세는 관계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비공개, 비공식적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조용한 외교’로 표출되고 있다.
한국의 탈북자 정책은 현실적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탈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장려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은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탈북을 유도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한국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도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한국의 탈북자 정책은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국내외 인권운동가들과 탈북자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국제기구와 재외공관 진입을 통한 한국행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는 현실적으로 이미 불가능하게 되었다.
대북 포용정책과 탈북자 정책이 상호 충돌되는 측면이 있으나 탈북자 발생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통하여 대북 포용정책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도 있다. 탈북자의 주된 발생 원인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다. 또한 이들의 국내 입국 증가는 한국의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탈북자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북한에 대한 지원과 상호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하는 것이다. 결국 탈북자 문제를 통하여 북한지원의 타당성을 도출할 수도 있으며, 대북 포용정책의 효과성을 제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관계 국가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국제적 이슈가 되었으며, 향후 전개 방향도 신분보장, 인권개선, 한국행 보장 등 탈북자와 인권 운동가들의 의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탈북자 문제를 국가 중요 정책의 우선 순위로 설정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결국 대북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즉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체제안정과 북한 붕괴 중 선택을 요구할 수 있는 매우 폭발성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7. 한국의 재외탈북자 정책과 시기별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