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름과 200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한달 간 중국 연길시에서 북한 어린이 55명을 직접 만나보았다. 이들은 거리에서 유랑하고 있거나 교회에서 운영하는 비밀 시설에 수용되어 있거나, 혹은 가족과 함께 탈북하여 연길에 체류하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어린이들은 대개 가족과 함께 거주하거나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데 반해,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은 주로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살고 있었다. 이들이 집을 떠나 생활한 기간은 불과 며칠에서부터 4년까지 다양하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대개의 어린이가 국경을 한 차례 이상 넘나들었으며 체포되어 북한의 수용시설에 머무른 경험이 있는 어린이도 많다.



시설에 수용된 어린이나 길거리에 유랑하는 어린이들은 부모 중 적어도 한 쪽이 사망, 실종 또는 병중인 경우가 많았다. 이 어린이들은 대다수가 국경 지역 출신으로 부모의 직업은 광산 노동자가 가장 많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의 현재 직업을 장사라고 대답하여서 식량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장사로 생계를 꾸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에서 식량 배급이 끊어지면서 광산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특히 심각했다. 이런 곤경 가운데 부모 중 한쪽이나 양쪽이 사망, 실종 또는 병을 얻은 것을 계기로 부모의 손길에서 벗어나게 된 어린이들이 집을 나와 떠돌다가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국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다.



이 어린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해본 결과 이들이 현재 급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키가 매우 작아서 만성적 신장성장 지체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탈북 어린이는 동년배의 남한 어린이에 비해 몹시 키가 작고 체중도 덜 나갔다. 특히 키 차이는 사춘기에 심해져서 많게는 20cm보다 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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