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식량난으로 인해 당시 성장기를 통과했던 연령대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지체를 경험하였고 장차 이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남북한 성인간의 신체적 차이가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성장기에 영양부족으로 성장지체를 경험한 어린이는 장차 성인이 되어서도 체격 감소로 인한 체력 저하, 인지적, 정서적 장애, 면역능력 저하 등 여러 가지 기능적 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 경험하게 되는 장애나 남북한 체력 차이의 정도는 이 어린이들이 이후에 자라나게 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빨리 정상적 성장 패턴으로 회복하여 남한 어린이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성장환경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식량부족이 사회전반에 균등하게 영양결핍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 식량수급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결핍이 발생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장기적 영향평가와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데, 여기에는 연령, 성별, 임신 및 수유 여부, 가족 구성, 거주 지역, 계층 등의 변수가 중요하다. 특히 3세 이전의 어린이, 임신과 수유 중의 여성, 노년층,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이는 영양결핍에 이 인구 계층이 특별히 취약하고 시의적절한 구호를 받지 못하면 영양실조의 장기적 악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날 집단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의료 지원의 중요성이다. 기근사태 당시의 높은 사망률은 상당 부분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의료 체계의 붕괴(예방 접종 실시 불가 등)와 관련이 있다. 탈북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기근 사태 이전에 이미 의료보급체계의 마비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와 예방 의학 서비스의 수준이 급격히 하락되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부터는 기본적인 예방접종조차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으며 항생제의 부족으로 감염성 질환 관리가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의료체계의 약화에 따라 전염병이나 여타 감염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저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식량난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대량 사망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식량난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감염성 질환 관리를 위한 의료 구호가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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