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의 하나원내 하나둘학교를 졸업한 탈북 아동·청소년들은 본인의 희망과 학력에 따라 학교(초, 중, 고, 대학)에 편입하거나 검정고시학원, 기술학원 등에 다니게 된다. 하지만 또래의 학생들에 비해 심각한 학력격차와 문화적 이질감으로 인해 심리적 혼란상태에 있는 탈북 학생들이 남한사회의 경쟁적인 교육제도에 개별적으로 적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들이 남한의 교육제도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안과 밖에서의 문화통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북한을 탈출한 어린이와 청소년들 대부분은 재북 당시부터 기근 등으로 인한 교육시스템의 붕괴로 학습부진 상태에 있으며, 탈북 후 중국 등 여러 나라를 거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 장기간의(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5-6년) 학습공백 상태에 있기 때문에 경쟁적인 남한의 교육체제에 이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당수의 탈북 청소년들은 오랜 유랑생활 속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였고, 일부 북한에서 정규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남쪽의 고등학교 졸업자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학력 격차를 보인다. 95년 이후 장기화된 식량난으로 북한의 교육체제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자신의 나이와 북한에서의 학년에 맞춰 남한 학교로 보내서 이 곳의 경쟁적 제도교육 현장에 그대로 적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그러나 이들의 학년 배정의 근거가 되는 현재의 법규정은 북한에서 이수한 학교교육 연한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나이보다 현저히 낮은 (평균 3-4년) 학년에 재학하여야만 할 경우 장기적으로 학급내 또래관계 문제, 소외(왕따)문제, 교내폭력, 자퇴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적응상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배정된 학년을 기준으로 전학한 정착지 학교에서 이들의 문제는 거의 필연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발전한다.
대부분의 탈북 어린이 청소년들이 남한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자퇴하는 이유는 학습능력 부족보다는 또래간의 인간관계의 문제 때문이다. 거의 모두가 소외와 왕따, 갈등, 싸움 등을 경험하였고 학교를 떠나 상호작용이 적은 검정고시학원 등에 다니고자 한다. 여기서도 소속감 부재와 학습부진 등으로 다시 떠도는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 대한 편견과 탈북자에 대한 차별을 두려워하여 대부분 자신이 북한에서 온 사실을 숨기고자 한다. 학급 담임교사들은 이 사실을 알지만 잘못된 상식 때문에 출신지역을 거짓으로 가르쳐 주거나, 중국에서 왔다고 거짓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정체성의 문제를 심화시켜서 심리적 억압을 강화하기도 하고, 사실이 알려지면 또래관계에 치명적인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탈북 아동들을 맞이하는 학교(학급)의 교사나 학생들은 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상대해야 하는지 막막한 심정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거리를 두게 되고 이로 인해 많은 탈북 아동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에도 오랜 반공교육의 결과 본의 아니게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될 경우가 있다. 따라서 탈북 학생이 편입한 학교(학급)에서는 이들을 특별히 이해하고 돌봐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학급친구가 필요하다. 또한 남북 문화통합 교육프로그램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전문교사가 학급별로 순회교육을 실시하여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서로를 알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 시간은 평화교육, 통일교육, 공동체 교육 등의 개념으로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개별 아동들의 학습을 주말 과외 형태로 지원을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적인 지원은 지속적이지 못하거나 다른 개인적인 문제로 생긴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게 한다. 가능하면 일정 지역의 탈북 아동들이 함께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그 지역의 한 초등학교 안에 특별반을 설치하거나, 지역사회 복지관이나 청소년 교육센터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5) 남한 학교에서 – 갈등과 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