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는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 2002년 1,141명으로 2000년 이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3년 들어 7월까지 705명이 입국하여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총 3,836명에 달한다. 2002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 중 여성 탈북자가 남성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중국내 탈북자의 75.5%가 여성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성 탈북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00년까지는 가족과 함께 입국하는 여성 탈북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혼 여성이 단독으로 입국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입국한 여성 탈북자들은 가족과 생활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경우에 비해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에서 실시한 1998년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여성 탈북자들은 한국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어느 정도의 적응력(56.3%)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생활에 만족(64.7%)하고 한국생활에 상당한 자신감(70.6%)을 보이고 있다. 여성 탈북자들은 남성 탈북자들에 비해 탈북자들간에 대화나 교류를 활발히 하여 한국사회에서의 고립감과 소외감을 잘 극복하고 있는 편이다.



반면 여성 탈북자들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경제적 적응이다. 심리적, 사회적 적응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여지가 있으나, 경제적 적응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더 심화될 뿐이다. 한국에 정착한 시간이 길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성 탈북자들의 취업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자가 2000년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990년 1월에서 1999년 12월까지 입국한 여성 탈북자 126명중 북한에서 직업이 있었던 경우는 71명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한 반면, 한국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은 42명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할 뿐이다. 한국에서의 취업률이 20% 이상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렵게 취업을 하였더라도 이들의 80%는 월평균 100만원 미만을 받는다. 이들이 속한 가구별로도 100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68%에 달한다. 한국여성의 개인별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여성 탈북자의 평균임금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탈북자가 돈벌이나 직장생활에서 적응하는 비중도 각각 20.0%, 29.4%에 불과하여 경제적 적응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취업한 여성 탈북자 42명의 직업구성을 보면 사무직이 15명(35.7%)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자영업 9명(21.4%), 판매·서비스직 7명(16.7%) 등의 순이다. 사무직이라고 해도 고정직이 아닌 계약직이나 임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은 주로 작은 식당이나 상점을 하지만 이것도 매우 영세한 상태이다. 판매·서비스직의 경우 판매원, 보험설계사, 주차관리, 파출부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사항은 북한에서 의사, 건축설계사, 품질감독원, 탁아소 소장, 기자, 무용배우 등의 전문관리직에 종사했던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 기자가 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직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성 탈북자들의 취업을 늘리는 방안이 기본적으로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에서 전문관리직이나 기술직에 종사했던 여성들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한국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의 학력을 인정하여 한국에서 시험을 볼 자격을 인정하는 방안은 의사의 경우를 비롯하여 일부 시행되고 있다. 이 외에 자격증 인정 후의 특별 채용, 경력인정을 통해 직업재교육을 받은 후 특별채용을 하는 방안 등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탈북자들의 거주형태를 보더라도 1998년 기준으로 74%가 영구임대주책에 거주하고 있다. 본 연구자가 2000년 여성 탈북자들에게 ‘한국의 가족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제적 문제가 80.0%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주택문제 10.0%, 자녀교육문제 5.0%를 차지하였다.



여성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생존문제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북한에서 가족의 실질적인 부양자였던 것처럼, 한국에 와서도 생활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 탈북자들의 경제적 적응은 그들 자신뿐 아니라 그 가족의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 탈북자의 대부분은 종교생활을 한다. 중국 등의 제3국에서 교회나 종교관련 NGO(비정부기구, 시민단체)의 도움을 계기로 종교를 갖게 된 경우도 있고, 국내에 입국한 후 ‘하나원’에서 교육받을 때 종교를 갖는 경우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교회에서 신도가 된 탈북자들에게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들의 종교는 기독교에 집중되어 있다. 종교생활 외의 사회활동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최근 여성 탈북자들 중 한국의 여성단체나 탈북자단체에 참가하고 있는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앞으로 이들이 각종 시민단체 참여를 확대해 나간다면 한편으로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는 의의를 갖게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단체가 여성 탈북자의 후원자 내지는 사회와 이들을 잇는 연결망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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