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탈북자의 사회적응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인권문제의 해결, 불평등 문제의 해소, 탈북자 가족의 사회적응력 제고, 남북한 통합모델의 개발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도록 하자.
첫째, 여성 탈북자는 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기본적인 생존과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비엔나 인권선언 및 행동강령」(1993)에서 인간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주체임을 선언한 것과 같이 체제를 불문하고 인권은 인류보편의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국사회가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한국사회에서 여성 탈북자는 한편으로는 탈북자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으로서 이중의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적응을 높이는 문제는 북한이라는 출신지역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의해 차별 받는 소수집단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다. 소수집단이란 성, 계층, 연령, 종교, 계층별로 불이익을 받거나 낮은 지위에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셋째, 여성 탈북자는 최근 단독으로 입국하는 비중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가족 단위로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이다. 여성 탈북자의 사회적응을 제고하는 것은 이들 가족의 적응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여성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장사를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동일하게 한국에서도 가족 부양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들은 자녀교육 및 가족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 탈북자의 한국사회 적응의 성공 여부는 그들의 가족, 결국 탈북자 전체의 사회적응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중요성을 지닌다. 또한 2002년부터 남성보다 여성 탈북자의 입국이 더 많아지고 있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탈북자 문제 해결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넷째, 남북한의 정치, 외교적 통합은 단기간에 정부간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지만, 사회, 문화적 통합은 정치통합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공동체적 삶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을 때 가능한 것으로 오랜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남북한 사회, 문화적 통합을 위해 탈북자의 한국사회에서의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을 제한적으로나마 대표하는 탈북자가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낸다면, 이를 기초로 통일 후 북한 주민들도 통일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남북한 주민이 함께 살 수 있는 통합모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통일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 탈북자가 한국사회에 잘 적응한다면 남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할 때, 여성과 노동자 등의 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역사적 경험을 볼 때도 여성 탈북자의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결국 여성탈북자의 사회적응문제는 탈북자의 한국사회 적응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한국의 소수자 문제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5) 여성 탈북자 문제가 왜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