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이념과 가치관, 생활양식 등에서 이질화가 심화되어 한민족의 동질성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분단된 민족과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여 민족공동체를 건설하는 일, 즉 남북한의 통일은 국토의 통일, 체제의 통일을 이룬 후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일인 사람의 통일이 실현되어야 완성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주민이 함께 살아갈 통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한에서 살다가 북한으로 가서 살고 있는 이들과 북한에서 살다가 남한에 내려와서 살고있는 이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연구가 진행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자, 즉 탈북귀순동포들이 그 동안의 삶을 영위해 온 북한체제를 떠나 이질적인 남한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어떤 면에서 힘겨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통일 후 우리가 경험하게 될 남북한 주민간 사회통합에 대한 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벤치마킹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탈북귀순동포들의 ‘남한사회 살아가기’는 바로 통일에 대비한 ‘작은 시험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주민들은 그 동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이질적인 삶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통일이 될 경우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겪게 될 혼란과 충격을 흡수하고 민족화합을 이루는 일은 매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현재의 탈북귀순동포들은 본인 의사에 의해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적응하여 살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한국에서는 북한주민 모두에게 우리의 사고·체제에 적응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 각자 필요에 의한 취사선택을 하게 되겠지만 일정기간 남북 양쪽의 문화는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탈북귀순동포들의 특징적인 사고·행동 양태를 무조건적으로 이해 못할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분단 2∼3세들인 이들이 북한에서의 생활을 통해 갖게 된, 우리와는 다른 의식구조와 행동 양태를 이해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통일 이후에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통일 이후에 준비해서는 늦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분한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탈북동포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