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영토적 통일뿐만 아니라 내적 통합의 의미에서 사람의 통일이 필요하다. 탈북귀순동포들이 우리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생활할 경우, 우리 국민들은 이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되고 이러한 인식은 법적·제도적 통일 이후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이들이 적응에 실패하고 각종 범죄 등 사회일탈행위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경우, 우리국민들은 탈북귀순동포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어 제도적 통일 이후 사람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될 수도 있다. 탈북귀순동포들의 우리사회 적응문제는 단순히 탈북귀순동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제도적 통일 이후 내적 통합 즉, 사람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실질적 통일준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탈북귀순동포들과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인식은 50여 년 분단의 세월로 남북한은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타문화권으로 변모한 상태라는 것이다. 소수자·약자일 수밖에 없는 탈북귀순동포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나 적응상의 애로점 등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통일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특정 문화는 인간의 사고·행동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어떤 특정 국가의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인격발달에 대한 이론과 과거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남북 주민들간에는 인격발달이 상당히 다르게 진행되어 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무엇이 왜 다른가를 알고자 하기보다는 ‘다름’을 우열의 개념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탈북귀순동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북한실상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오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탈북귀순동포들의 적응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이들의 조기 정착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우리는 곧잘 인용하기도 한다. 봄철에 식목행사로 나무를 옮겨 심어 놓아도 최소한 3∼4년은 지나야 그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하물며 체제와 사상이 다른 북한 땅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탈북귀순동포들에 대해 남한 주민들이 자신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그들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포용은 어려울 것이다.
탈북귀순동포 이해를 위한 새로운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