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귀순동포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면서 겪는 애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각 문화집단의 인성적 특징은 유전이나 혈통 같은 인종적, 종족적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이 공통으로 경험한 역사와 각 개인이 어릴 때부터 체험한 양육 및 교육방식을 통해 형성된다고 한다. 부연하면 각자가 태어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체험을 통해 인성적 특징이 형성되고 학습을 통해 재생산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태국 관광을 가게될 때 흔히 관광안내 가이드로부터 태국에서는 함부로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지 말라는 주의를 듣는다. 이런 행위를 태국인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우호적인 표현이 태국인들에게는 적대행위로 둔갑하는 이유는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로 LA교민들의 이민 초기 정착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교민들이 형사 입건된 사건이 상당수 있는데, 그것은 언어표현의 문화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툼이 생겼을 때 화가 나면 언어를 거침없이 사용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실제 폭력행사가 아닌 이런 투의 언어폭력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거친 표현으로도 형사입건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교민들이 이민 정착 초기에 형사 입건된 숫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잘못하여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체벌을 당한 학생이 선생님의 눈을 쳐다보자 선생님은 이 학생의 시선을 반항으로 생각하고 체벌의 강도를 좀 더 높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잘못을 시인하려면 상대방의 얼굴을 피해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상대방의 얼굴, 특히 눈을 바라보도록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구미인들은 대화 시에 항상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 특히 상사가 훈계할 때 상사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몹시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위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탈북귀순동포들의 경우에도 북한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던 행위들로 인해 남한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동일 언어를 사용하고 생김새가 같기 때문에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 이러한 문화적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갈등하게 되고, 탈북귀순동포들의 입장에서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탈북귀순동포들이 남북한 문화차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에는 남한주민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선입관으로 인한 경우도 많다. 우리의 관점에서 이들을 평가하고 규정하는 편견으로 인해 탈북귀순동포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 차이와 다름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그 자체를 부정적이거나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시각으로 탈북귀순동포들을 평가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 주민들과 탈북귀순동포들 사이의 문화적 갈등은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되면 오히려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이루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적절히 융화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남북한은 커다란 어려움없이 사회통합을 이루게 될 것이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