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철저하게 당과 정부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정치·사회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선택과 결정도 당과 정부가 내리고 일반 주민들은 오직 상부에서 결정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상부의 지시 없이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으로 내린 결정과 행동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실패의 책임도 전적으로 본인이 져야 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자의적이고 창의적으로 하기보다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윗사람에게 물어보고 거기서 내려지는 지령에 따라 타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사람들은 늘 위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지시가 내려지는가 하는 것에만 그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뿐 스스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에 이들은 매우 취약하다.



탈북귀순동포은 우리사회의 다양성에서 가치체계의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매우 어려워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주민들의 경우에 나타났던 공통적인 행태들이 탈북귀순동포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실제 예를 들어보면 특별히 하는 일없이 교회 사택에 기거하던 한 탈북귀순동포는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교회에서 교회 정원 청소를 해달라는 목사님의 부탁을 듣고, 매우 기쁘게 빗자루를 들고 정원을 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정원에 흩어진 낙엽이며 휴지 등을 쓸어 정원 한 모퉁이에 있는 느티나무 밑에 모아 놓고 청소를 마쳤다. 그 광경을 본 목사님이 “왜 쓰레기는 치우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청소를 하라고 했지, 쓰레기까지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2002년도에 지병으로 돌아가신 이웅평 대령도 귀순 초기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던가 라는 질문에 “이제부터 모든 일을 자신이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였다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KAL기 폭파범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현희 씨의 경우에도 어떤 목사님과의 대화 속에서 그냥 아무것이나 적당한 것을 주면 그만 일 텐데 이것저것 갖다놓고 “무엇을 가질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일이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탈북귀순동포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스스로 선택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그 동안 탈북귀순동포들이 살아온 북한의 정치·사회체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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