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회통합의 기본은 언어 통일이다. 언어의 사회적 속성과 사회통합 기능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체제 속에서 50여 년의 분단상태를 지속하여 온 남북한간에는 어휘와 어미, 발음과 억양, 화법, 언어예절 등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탈북귀순동포들은 남한사회 정착과정에서 언어차이로 인한 남한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남한의 경우 상용 한자 1,800자가 일상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남북한 언어중 의미가 다른 뜻으로 이해되는 어휘가 약 3,000단어 정도 된다고 하니 분명 남북한 주민사이에는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2003년 9월 16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남북한 언어차이와 통일언어 교육의 실태’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에서 ‘북한교과서를 통해본 남북한 언어이질화 실태’에 대한 연구 보고가 있었다. 분단세월 만큼이나 멀어진 남북간 언어는 이질화가 심각하여 많은 부분에서 번역을 요구할 정도로 크게 달라져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언어이질화 사례로 고등중학교 1학년(중학교 1년) 국어교과서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남이는 고기를 잡느라고 물참봉이 된 바지를 억이 막혀 내려다보았다 《야, 너 물고기구 뭐구 어서 바지나 짜 입어라.》《일 없어,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꽝포쟁이가 되거던…》.



예문 중에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이 눈에 띈다. 우리말로 해석해 보면 일남이는 고기를 잡느라고 물에 흠뻑 젖은 바지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야, 너 물고기고 뭐고 어서 바지나 짜 입어라,” “괜찮아,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허풍쟁이가 되거든……”이란 뜻이 되는 것이다.



북한 사람의 ‘일없다’는 말은 남한의 ‘괜찮다. 좋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남한 사람의 ‘일없다’는 ‘당신 상관할 일이 아니다’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아글타글’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많이 쓰이지만 남한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아글타글’은 ‘무엇을 이루려고 몹시 애쓰거나 기를 쓰고 달라붙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서 우리의 ‘필사적으로’, ‘전력을 다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낙지’를 ‘오징어’라고 한다. 그래서 탈북귀순동포들과 안주로 마른 오징어를 시키면 영락없이 “아, 낙지”라고 한다. 낙지가 아니고 오징어라고 하면 “이게 왜 오징어냐”고 반문하게 된다.



이처럼 어휘 등의 차이로 남한사람들이 탈북귀순동포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이다.



그리고 탈북귀순동포들은 우리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영어·외래어·한자성어 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원활한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 초기 정착생활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식료상점’ 등 상점수준의 상호만 접해온 이들에게 있어서 ‘미니슈퍼’부터 시작하여 ‘슈퍼마켓’, ‘원스톱’, ‘쎄븐일레븐’, ‘베스토아’ 등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에 대한 이해도 어렵다. 빵집이란 상호도 ‘크라운베이커리’, ‘파리바케트’, ‘하이몬드베이커리’, ‘엠마’ 등 여러 가지 브랜드로 사용되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질화된 언어로 인하여 탈북귀순동포들이 의사소통 및 교감에 있어 장애를 느끼게 되면,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거나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언어 부적응은 전반적인 남한사회 적응과 연계되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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