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귀순동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들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심리적 특성에 개인차가 있듯이 탈북귀순동포들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탈북귀순동포들은 탈북 이후 완전히 이질적인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탈북귀순동포들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무력감, 좌절감에 빠지거나 위축되기도 한다. 또한 탈북귀순동포들은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북에 있는 가족, 친지가 받게 될 처벌 때문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부모 친척을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인해 심각한 정서적 공황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죄책감, 외로움은 낯선 환경에서 오는 두려움, 갈등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들의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는 심리적 갈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여 우울증 등 심리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귀순동포가 급증하면서 탈북 경로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제3국에서 무국적자로 체류하면서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극심한 피해를 감수한 이들은 정서적으로 피폐화되었으며 공격적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인권유린이나 모욕은 자존심이 강한 탈북귀순동포들에게 자칫 잠재된 공격성으로 내재될 수 있다. 특히 제3국에서 경험한 한국인에 대한 지극히 단편적인 체험을 전체인 것처럼 받아들여 남한사람에 대해 피해의식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무국적자로 다년간 제3국에서 체류하면서 당한 멸시, 천대로 인해 상대방의 말을 오해하여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탈북귀순동포들에게 있어서 제3국 경험은 정서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하고 또 다른 의미의 고통 경험을 갖게 했다.
이처럼 탈북 상황에서 겪은 많은 위협적인 사건들은 탈북귀순동포들에게 정서적 불안을 유발시키며 이러한 증상은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계속 감정적, 심리적으로 각성 상태에 머무르게 하고, 불면을 유발하며 계속적인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 이러한 반응은 추후 심리적·감정적 무감각증으로 나타나 다른 유형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기쁨과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감각에도 무감각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사고방식, 생활습관 등에서 느껴지는 차이들이 이러한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제3국에 체류했던 탈북귀순동포들은 자본주의를 다소 이해하게 되고 남한 사회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소 감소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제3국 체류 시 남한사람이 다수 있는 곳에 있던 탈북귀순동포들은 사회적 지지기반에 대한 불안감이 적으며 남한인에 대한 두려움, 적응에 대한 막연함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삶의 환경이 반드시 문제 상황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이전의 상황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였을 경우 그것이 반드시 심리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증상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탈북귀순동포들은 남한이라는 새로운 삶의 환경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부적응 양상은 성격, 연령, 학력, 사회적 계층 등의 개인적 배경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다수의 탈북귀순동포들은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기존에 탈북한 가족의 권유로 북한에서 바로 탈북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북한체제에서 인식된 반미·남한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하여 우선적으로 공포감을 느끼며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남한사회 정착과정에서 발전된 한국의 경제·산업·도시화를 체험하면서 북한체제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을 표출하며, 발전된 한국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탈북귀순동포의 심리적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