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태어나 삶의 대부분을 북한에서 살아온 탈북귀순동포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지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북에 남은 가족들이 조국과 민족의 배반자라고 자신을 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탈북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남한에 도착했을 경우에는 자신을 찾기 위해 걱정하고 있을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에 온 기쁨보다는 북에 남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이 누리고 있는 남한에서의 풍요·행복이 오히려 죄책감이 되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명절 때면 고향에 계신 부모·친척·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중된다고 한다.



죄책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앞으로 가족을 만나게 될 경우 물질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로 바뀌어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돈을 벌어서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게 만들기도 한다. 앞으로 통일이 되거나 제3국을 통해서라도 가족을 만날 수 있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만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사죄를 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탈북귀순동포들의 가족에 대한 보상 심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비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좌절감으로 인해 우울증을 초래하게 된다. 계속된 좌절감은 고향산천을 등지고 부모형제를 떠나 헤매던 긴 여정의 타국 생활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한다.



탈북귀순동포들은 남한에 정착해 생활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음으로 인해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무런 연고가 없이 막연하게 혼자라는 고독감을 경험하게 될 때 이들은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개방하기보다는 자신을 더욱 소외시키고 단절시킨다. 심리적인 고충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하게 되고, 약점이 드러나 소문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즉, 자신의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관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지지기반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자신 혼자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불행감, 무력감 등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상습적으로 폭주를 하기도 하고, 외로움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걸맞지 않는 탈북귀순 상대자와의 결혼을 서두르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신앙생활을 통한 정신적 안정과 폭넓은 교우관계를 통하여 인간관계를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일로 힘들어하고 고통 속에서 번민하고 있는 탈북귀순동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마음속으로부터 끌어 안아주고 안정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정한 마음의 동반자가 주위에 많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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