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국가에 대해서는 상하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떠올리게 되지만, 여느 사회주의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사회의 간부층과 일반노동자들의 생활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1984∼5년간 평양에서 유학을 했던 안드레이 란코프 레닌그라드대학 교수는 북한이 사회적 불평등이 너무 뚜렷이 나타나는 나라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하급간부들은 어느 정도 실제로 인민들과 함께 살지만 군급간부 이상은 그러한 생활을 싫어하고 간부들은 물자를 구하는 데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란코프는 평민들이 간부들을 아주 싫어하며 비웃고 있다고 설명한다.



간부들이 일반인들보다 잘사는 것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어쩌면 당연한 사회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부들이 인민대중의 비난을 받는 대상이라면 이것은 당연한 일로 보기 곤란한 면이 있으며, 또한 사회 내에 불평등, 불공정한 요소들이 만연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가 ‘열망’이다. 드라마 열망은 어려운 북한경제에서도 이러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에서의 간부들은 일반노동자들보다 생활에 여유가 있고, 간부의 자녀들과 결혼하면 간부주택에 살수 있으며, 생활도 일반 근로자들과는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묘사 중에는 특별배급시에 책임비서와 지배인, 기사장에게는 특히 많은 배급이 주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모범적인 책임비서와 지배인은 이것들을 돌려보내지만, 드라마가 전하는 분위기는 이러한 특별 대우가 매우 일반적인 일임을 보여준다.

(VOD 1)



그리고 남한 사회와 똑같은 대사도 반복된다. “현실을 자기 힘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간부인 부모나 다른 사람의 힘으로 잘 돼보자는 사람들이 증오스럽다”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들 대화는 분명히 간부가 되어야 잘 살 수 있다는 설명과 이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있으며, “간부 생활을 청렴하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간부가 되더니 잘 둘러댄다” 라는 빈정거림도 나타난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대화에는 간부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깔려 있다. 특히 생산현장과는 떨어져 있는 중앙 간부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인 부분이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총국장 양리찬이라는 인물은 집에 각종 전자제품을 잘 차려놓고 살며, 양담배에 양주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인물은 외국과 무역하는 친척 덕을 보고 있다고 둘러대는데 이것은 북한의 대외무역 관계자들이 경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열망’)



무역에 관계하는 인물을 부정한 인간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가정의 재부’와 ‘새로온 지배인’에서도 보인다.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정에 연루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북한사회의 분위기나 체제의 이데올로기와 연관해서 주목하여 볼 만한 부분이다. 이는 외화획득을 통해 북한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정책 방향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경향의 충돌이 북한사회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회 병리현상의 하나임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간부인 사람들이 보이는 모범적인 모습도 많이 나타난다. 기업소의 지배인들은 대부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돌격대의 책임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까지도 희생적인 삶을 요구한다.(‘열망’, ‘붉은 소금’, ‘눈석이 전에’)

(VOD 2)



돌격대 단장은 자신의 딸을 대학에 보내지 않고 간석지로 보내고, 기업소와 탄광의 지배인은 아들을 대학이 아닌 공장의 가열공으로 만들고, 딸을 광산에 데리고 와서 함께 일하고 광산의 노동자와 결혼을 시킨다.(‘열망’, ‘새로온 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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