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업관리 체제인 대안의 사업체계에 의하면, 모든 문제를 공장 당위원회에서 집체적으로 토의 결정하고, 분공된 데 따라 지배인은 행정사업을 하고, 기사장은 생산에 대한 기술적 지도를 하며, 당비서는 사람과의 사업을 하게 되어 있다. 이 체계하에서 공장 당비서는 계획화사업으로부터 노력관리, 설비관리, 자재관리, 재정관리에 이르기까지 기업관리에 나서는 모든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당 정책에 기초하여 토의, 분공, 집행을 담당한다.
드라마 ‘열망’은 주인공인 당 책임비서 영범이 연합기업소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영범은 책임비서로서 넘치는 의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며 부임하자마자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의욕과 조급함으로 인하여 기업소의 사업을 눈앞의 성과위주로 진행하는 기사장과 맞장구를 치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사업을 서두르고 당권으로 내리먹임으로 인하여 채탄기 제작에서 실패를 초래했던 책임비서는 또 다시 첫 사업에서 실수를 범하게 되고, 지배인의 불만을 사게 된다.
여기에서 당 책임비서가 성급하고 독단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은 당 책임비서 영범 개인의 모습이 아니라, 당조직의 성급하고 독단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과거에 큰 잘못을 경험한 책임비서가 부임 직후에 똑같은 과실을 반복하고 나서야 지배인, 기사장을 제대로 돕고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간부사업의 권한을 가진 책임비서가 모든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은 결국은 당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체제의 구조와 실정을 보여준다.
당 책임비서와 함께 기업소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물은 지배인이다. 지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당겨진 시간’, ‘배들은 바다로 나간다’, ‘분수령’, ‘새로온 지배인’ 등이 있다. ‘분수령’에서 지배인은 제한적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그밖의 드라마에서는 모든 지배인의 모습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열망’과 ‘분수령’을 제외하고는 공장 당비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은 ‘열망’과 ‘분수령’이 대규모의 기업소인데 비하여 여타의 드라마는 작은 기업소가 배경이라는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작은 기업소들의 경우 지배인에게 관리의 중심적 역할이 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소규모 기업소 관리에서 당보다 전문가의 역할이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드라마]TV 드라마가 보여주는 당 책임비서와 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