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어려운 식량사정은 잘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최근 몇 년간의 자연재해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북한의 협동농장제도와 기타 산업의 낙후, 몰락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북한은 본래 농지가 부족하여 풍년이 들어야 식량을 겨우 자급할 수 있는 실정이었지만, 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1980년대에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처하였다.



1990년대 중반에는 ‘수십만’의 아사자가 나타나고, 인민들이 탈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계속되는 외부의 식량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식량문제를 자체로 해결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북한의 식량난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식량사정이 대단히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가정의 재부’, ‘붉은 소금’, ‘열망’, ‘새로온 지배인’을 들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강냉이 국수가 주식이고 돌격대원이 하루 한끼를 먹지 못하거나 통강냉이 30∼50알을 세어 하루를 견디고 풀뿌리를 뜯어먹는 모습도 보인다.(‘가정의 재부’, ‘붉은 소금’)



일반 노동자의 집에서는 밥에 반찬 하나, 또는 국수를 놓고 먹는 화면이 주가 되는데, 일상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전개된다. 작업장에 나온 노동자들의 도시락은 옥수수나 풀죽이기도 하고, 간부인 당 책임비서도 손님을 접대하려 하는 데 쌀이 없어서 국수를 준비하기도 한다.(‘열망’)



노동자들이 풀죽을 먹고, 어린아이가 풀을 뜯으러 산으로 가며, 종업원들의 가정마다 식량이 자꾸 떨어지는 어려움이 여러 화면에서 계속된다.

(VOD 1) (VOD 2)



공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생산과 수익을 통해서 식량을 해결해야 하지만, 생산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일반 근로자의 생활을 돌볼 여력이 없거나 돌보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직장장 등 간부들은 몇 가지 반찬을 잘 갖추고 먹는 모습도 보여준다. 즉 일부 간부들은 자기집 포전을 가꾸는 데 열심이고 식량부족에도 시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열망’)



이상의 실정은 각자의 경제생활에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장면들은 일단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생활형편임을 보여주며, 특히 중앙의 상급간부들 중에서 대외무역에 관여하거나 무역에 관여하는 사람들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람들이 매우 좋은 형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대외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들을 부정적으로 그린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열망’)



군인도 비교적 나은 형편임을 보여준다. 군대 내에서의 식사는 상당히 양호하지만, 방식상학(한 단위에서 모범을 창조해 놓고 그것을 본보기로 하여 일군들에게 정치사업 방법이나 선진기술 등을 가르치고 그들의 정치실무 수준을 높여줌으로써 모든 단위에서 그 모범을 본받도록 하는 상학)을 보장하기 위해 부대에서 군인들에게 먹일 식량을 진열하고 아끼는 일이 흔히 있음을 보여준다.



군대의 식량사정이 양호한 것은 군대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군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화면으로 읽을 수도 있다. 군인 가족의 식사도 비교적 여유있어 보이며 넉넉하다.(‘나의 소원’) 여하튼 다른 사회보다 군대의 식량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대체로 군대는 분과 같은 화장품의 분배도 이루어지는 등 일상적인 소비품의 공급이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조선중앙TV의 여러 화면에서도 노동자보다는 군인들이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인다는 점과 일맥상통하며, 김정일정권이 내세우는 ‘선군정치’라는 것이 유지되는 경제적 배분의 메카니즘을 보여준다.



드라마에 나타난 어려운 식량사정은 이미 현재의 식량난이 숨길 수 있는 단계를 넘었음을 보여주며, 식량난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을 인민들에게 설득하는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