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실정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제는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고, 이러한 사실이 남한의 북한 방문자들에 의해서도 명백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경제의 실정은 드라마에서도 거의 사실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어려운 실정을 말해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업소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위에서 보장되는 것이 별로 없다”, “생산을 못하는 것이 어디 우리뿐인가”, “걸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광품이 나오려면 28가지의 원료, 부원료가 필요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열망’)
(VOD 1)
이러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은 “석탄도 부족하고”, “기름 한방울이 귀한 때” “동발이 다 썩어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갱” “물에 침수되어 광산 설비들이 모두 녹슬고 망가진” “전기가 오면 전차 부속품이 부족하고” 등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난다.(‘가정의 재부’, ‘새로온 지배인’, ‘우리 이웃들’)
늘상 “공장마다 노(爐)를 수리해야 한다”는 말이 모든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은 북한의 모든 공장의 주요 설비가 노후화되어 있다는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자재의 부족(‘나의 소원’에서는 시멘트)이 늘상 문제로 제기된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은 공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사적인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숱한 곳에서 시멘트공장 기사장에게 문제를 해결하러 오고, 각 기관이 서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하여 위협하고 결탁하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국가계획에 잡혀 있지 않은 시멘트를 전방의 군부대에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계획에 잡혀 있는 공장들에 보낼 시멘트를 후순위로 돌리는데, 이 때에는 모든 공장들이 군부대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데 동의한다.(‘나의 소원’)
(VOD 2)
여기에서도 사회주의 국가에 만연했던 계획경제의 문제점과 생산에 필요한 기계나 자재의 해결을 위하여 임기응변적으로 사적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북한경제 문제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비생산 기관인 군부대에 물자를 우선 배치하는 것은 결국 생산의 효율성을 해치고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지만, 군대가 우선하는 자원 배분의 구조는 북한에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충성스러운 중대장 명순은 시멘트공장의 배려를 뒤로 돌린다. 중대장 명순은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면 김정일위원장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며 시멘트를 다시 돌려주고 자신들이 공장에서 일을 해주고 시멘트를 받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것이 부대 상급자와 갈등을 빚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단을 보여주며, 명순의 결단이 가장 도덕적이고 충성심 깊은 행위이며 옳은 행동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나의 소원’의 중대장 명순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장 책임자들은 계획된 생산량을 맞추어 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부족한 자재의 해결을 위하여 여기 저기에서 둘러맞추는 데 치중하게 된다. 드라마 ‘열망’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수출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이미 해방후와 70년대에도 경제난의 타개를 위하여 수출을 주목하였다는 점에서 무역에 대한 강조가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기업소 내부의 문제 해결책으로 국가 단위 내에서의 해결이 아니라 국제무역을 통한 해결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생각하는 경제회생 대책이 어디에 무게가 주어져 있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드라마에서는 각 기업소별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기업소는 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이 외화로 식량과 자재를 수입하여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열망’, ‘새로온 지배인’)
경제력을 보여주는 요소의 하나인 과학기술 면에서도 북한 사회는 좌절을 겪고 있다. 드라마 ‘열망’의 등장인물 중에서 과학기술 전문가인 강필운은 북한의 과학기술로는 선압기를 제작할 수 없다며 기술자의 양심을 들먹이다가 직장으로부터 쫓겨난다. 후에 강필운은 기업소에서 노동을 하며 사상적으로 개조가 되고 선압기 제작에 참여하여 성공에 기여한다.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문가들이 그들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심각하게 좌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인생의 절정’, ‘열망’)
[드라마]TV 드라마가 보여주는 북한 기업소 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