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선전 내용은 사회주의체제의 유지라고 하기보다는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충성과 자력갱생의 논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찬양과 선전은 드라마의 곳곳에서 때로는 구체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찬양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대체로 ‘죄인 자책형’, ‘절대 복종형’, ‘흠모 찬양형’, ‘은총 보답형’이라 할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이 종합되어 김정일위원장을 종교적 차원의 숭배 대상으로 끌어올린다.
첫째 유형은 ‘죄인 자책형’이다.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하여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형이다. 드라마 ‘열망’에서는 설계실장이었던 한석민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한석민은 수년 전에 당비서의 강요에 의해 수행한 종합채탄기 설계에 실패한 후, 이것으로 인하여 수령님께 근심을 끼쳤다며 설계실을 떠나 노동자가 된다. 그리고 반성을 하며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언젠가는 몇몇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만 만들 수 있는 금속가공 기계인 선압기를 만들겠다며 일과노동 후에 혼자서 설계에 열중한다. 그러면서 그는 “선압기가 완성되어 경애하는 장군님께 보고를 드리기 전에는 발편한 잠을 잘 수도 없다”며 삶의 최종적인 목표를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충성으로 표현한다.
둘째 유형은 ‘절대 복종형’이다. 북한 체제에서 보여주는 절대적 가치는 수령의 영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다. 드라마 ‘열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압기를 자력으로 만들어 내는 부분이다. 타공장에서 실패한 선압기 제작을 김정일위원장으로부터 지시받고, 당 책임비서와 지배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드라마에서는 지배인이 이미 선압기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그렸지만, 선압기가 어떻게 생긴 기계인지조차 모르던 책임비서는 무조건적으로 선압기 제작을 추동하고 나선다. 일을 추진할 때 늘상 앞뒤를 생각하며 논의를 하던 지배인도 유독 김정일위원장의 지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태도를 보인다. 무조건적으로 제작에 나서는 부분에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김정일위원장의 지시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유형은 ‘흠모 찬양형’이다. 드라마 ‘나의 소원’에서 병사들의 목표는 김정일위원장에 대해 충성을 다하고 김정일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는 부대가 되는 것이다. 작품 전반에는 김정일위원장의 은총을 받기를 갈망하는 분위기와 기대감이 깔려 있다. 드라마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구호를 보면 이 군대는 인민의 군대가 아니라 김정일위원장의 군대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김정일위원장에게) 기쁨만 드리고 싶다”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드라마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김정일위원장이 ‘순결한 충성심’을 가진 해안포병 부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 해안포병들은 감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중대장 명순은 아직 ‘장군님’ 모시기에 부족한 부대라며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친자식의 깨끗한 양심으로 ‘장군님’을 섬길 것을 요구하는 마지막 멘트가 흐른다.
(VOD 1)
하지만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찬양은 ‘사회주의 북한을 지켜낸 분’이라는 찬양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구체성이 없고 막연한 구호가 대부분이다. “백두광명성으로 탄생하신 분”, “안광에서 내뿜는 천재적인 예지와 장군다운 배짱은 이 세상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분”, “자애롭고 신비스러운 분” “차안에서 자는 쪽잠이 가장 달다시며, 천령의 험한 길을 운전대를 잡고 넘으신 분” 등이다.(‘수평선’, ‘붉은 소금’)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찬양이 업적에 대한 찬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인품’이나 ‘운전과 같은 고생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식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최근 김정일위원장의 통치에서 인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넷째 유형은 ‘은총 보답형’이다. 김정일위원장은 성과에 대해 응분의 혜택을 주며, 특히 희생에 대해서 적극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이미지를 준다. 드라마 ‘열망’에서는 선압기 제작에 성공한 후, 여기에 기여한 노동자들에게 당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전기로를 살리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전기직장장의 아이들에게는 혁명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열망’) 드라마의 최종 메시지는 충성에 대한 보상을 상징적으로 또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매우 많다.
이것은 충성을 다해 돌격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업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생각”한다는 것이 북한의 일반적 현상인 점과 관계가 깊다.(‘인생의 절정’) 즉 북한사회 안에 실제로는 ‘죄인 자책형’ ‘절대 복종형’ ‘흠모 찬양형’은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죄인 자책형’이나 ‘절대 복종형’ 인간은 ‘흠모 찬양형’과는 다른 수동적 모델로서 ‘은총 보답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보상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김정일위원장의 이미지 형성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VOD 2)
이런 이유로 김정일위원장은 물질적 보상보다는 실적에 대한 다양한 포상을 통하여 충성 경쟁을 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북한의 사회체제는 ‘평등’을 추구하는 체제가 아니라 ‘충성 경쟁’에 대한 김정일위원장의 보상이라는 사적 종속관계를 구축하려 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TV 드라마가 그리는 ‘충성’스러운 인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