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국가기간방송이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KBS에게 다양한 공적책무를 맡기고 있고, KBS에 거는 기대와 요구 또한 크고 높습니다. 그동안 KBS는 공적재원인 수신료 부족분을 광고와 협찬수입 등으로 메꿔가면서 공익적 프로그램의 제작, 국가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재난방송,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채널 및 한민족과 해외교민을 위한 방송, 우리 문화와 한국어 계승 발전사업 등 다양한 공적책무를 충실히 수행해왔습니다.

그런데 KBS가 해오던 공적책무를 앞으로도 차질없이 수행해갈 수 있을지 기로에 직면했습니다. KBS의 재정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시대적 과제는 늘어나고 국민의 요구는 확대되는데, 지금의 재정현실로는 기본적인 공적책무를 온전히 해내기도 힘겨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KBS는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실행하며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긴축과 절감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그 골이 너무 깊습니다.

공영방송의 가치는 건전한 재정기반 위에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차별성도, 지속가능한 공영미디어로의 활로도 안정적인 공적재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은 외국의 여러 공영방송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면서, 이를 통해 진정한 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40년째 묶여 있는 수신료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신료현실화는 국민들께 더 큰 수신료의 가치와 혜택을 돌려드리겠다는 KBS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은 목표와 비전으로 그 약속을 실천해 가고자 합니다.

1)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대한민국 안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여름, 52일간 이어진 사상 초유의 장마와 지금도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내몰고 있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이제 더 이상은 안전사회가 아니라 위험사회가 현실이고 일상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됐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를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재난주관방송으로서의 KBS의 책무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KBS는 재난현장의 최전선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재난상황을 전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한민국 안전중심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방송을 담당하는 전담조직과 고도화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 실시간 재난상황은 물론 예방 ․ 대처 ․ 사후 복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난관련 정보를 전용 방송채널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방송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KBS는 수신료현실화를 통해 국민들이 보다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안전중심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코자 합니다.

2) 공정성의 준거를 확립하고, 국민 신뢰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방송의 공정성은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공정성을 확보하고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정치권력이나 자본, 그리고 집단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빅뱅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들도 양산되어 유통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는 현실에서 공영방송 KBS는 대한민국 언론의 공정성 기준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뉴스만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와 진위가 확인 ․ 검증된 뉴스만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보다 확실하게 갖춰야 합니다. 또 방송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비판이나 의견과 소통하면서 국민들이 KBS뉴스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평가하는 참여저널리즘도 구현해야 합니다. 뉴스의 신뢰도 기준은 미디어 스스로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준거를 세우고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더 많은 인적, 물적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3) 대한민국 문화정체성을 지키고 국민 감동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수없이 많은 새로운 미디어와 채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진 콘텐츠는 그렇지 못합니다. 국내 미디어들은 상업적 콘텐츠를 앞세워 수익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개방된 미디어시장에서는 외국의 거대 미디어자본들이 국내시장을 침탈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공익적 가치는 사라지고 우리 문화의 정체성은 위협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방송법에서는 KBS가 ▲시청자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프로그램과 ▲국내외를 대상으로 민족문화를 창달하는 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KBS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즐기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선 KBS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2016년 이후 중단됐던 대하드라마를 부활시키려 합니다. 또 지난 추석, 국민들을 감동으로 물들인 와 같은 대형 기획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편성해야 합니다. 모두가 기억하는 와 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향한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4) 지역과 소수자의 목소리도 담아내는 국민 통합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사회는 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지향해 왔지만, 한편에는 언제나 소외된 계층이 있어 왔습니다.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실버세대 등이 그들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충분치 못합니다. 또, 디지털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로 인한 경제적 약자의 소외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 ․ 경제 ․ 문화기반의 차이로 인한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민들의 박탈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현안 중 하나입니다.

KBS가 소외된 이들을 보듬고, 모든 세대와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평등과 불균형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미디어와 디지털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시청약자와 취약계층의 시청지원을 위한 차세대 기술서비스도 필요합니다. 또한 다문화 ․ 어린이 ․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의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세대간 문화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합니다. 지역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방송기반의 강화와 서비스 확대도 마땅히 공영방송이 앞장서야 할 몫입니다.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공영방송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BBC의 초대 방송국장으로 공영방송의 개념을 정립한 존 리스(John C. W. Reith)경은 “방송은 단순히 오락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가치와 열망을 만드는 힘”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민께 신뢰 ․ 감동을 드리는 일,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수신료의 가치이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가야할 길입니다. 수신료현실화는 그 길을 더욱 또렷이 하고, 공영방송의 시대적 책무를 분명히 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 참고사항 : 수신료현실화 추진 경과
2000년대 들어서는 총 3차례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였습니다. 3차례 모두 이사회 의결 절차를 완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수신료인상안이 국회에 상정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 승인과정에서 가부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3차례 모두 해당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인상안이 폐기되었습니다. 차수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KBS의 공정성 부분에 관한 여야 간의 의견차이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 2007년 : 승인안 국회 제출(2007. 9.21.), 문광위 상정(2007.11.20.), 폐기(2008. 5.30.)
‧ 2011년 : 승인안 국회 제출(2011. 2.22.), 문광위 상정(2011. 3.10.), 폐기(2012. 5.29.)
‧ 2014년 : 승인안 국회 제출(2014. 3. 4.), 미방위 상정(2014. 5. 8.), 폐기(2016.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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